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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항쟁과 일장기 말소사건 1936 1936년 8월 10일 베를린 올림픽의 마라톤 경기에서 한국의 손기정과 남승룡이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하자 국내 신문들도 호외를 발행하고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이 사실을 보도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8월 25일자에서 손기정의 사진을 실으면서, 일장기를 지워버려 조선총독부 당국이 이를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는 최장기 무기정간을 당했다. 그리고 사건의 핵심이었던 이길용과 사회부장 등 5명이 구속되었다. 이들은 앞으로 언론기관에 일제 참여하지 않고 다른 사건에도 절대 연루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40일 만에 풀려났으며, 동아일보사 사장 등 8명의 간부가 사직했다. 일제가 이 사건에 대해 식민통치 기간 중의 최대의 탄압을 가했던 것은 당시 그들이 펼쳤던 대륙침략의 병참기지화 정책과 내선일체 및 황국신민화 정책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은 1930년 이후 일제의 언론탄압이 심화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일선 기자들의 잠재되어 있던 항일의지가 표출된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