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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강 _ 나혜석의 문학과 미술 이어 읽기 | 135 는 것을 보아 나혜석이 차츰 간색과 침색을 쓰고자했음을 알 수 있다 . “김창섭 씨의 < 교회 ( 敎會 ) 의 이로 ( 裏路 )> 는 나의 좋아하는 그림 중의 하나이다 . 지면의 색과 그림자 색을 매 우 즐겨한다 . ” 57 ) 그런가 하면 세계일주를 다녀온 무렵 나혜석은 청람색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 마드리드 풍경 >. 귀국해서 쓴 글에서도 그런 경향이 보인다 . “대륙적이고도 남성적 이고 적극적인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자랑할 만한 확실하고 쾌활하고 청명하 게 푸른 물감을 쭉 뿌린 듯한 조선의 유월하늘은 다년간 이리저리 유랑생활을 하던 자에게 는 한없는 자릿자릿함을 느끼게 58 ) 한다고 하였다 . 유월의 하늘을 표현하는 데 아홉 가지의 형용사를 붙이는 나혜석의 색채는 이번에도 하늘이라는 빛이 함께하고 있다 . 그 유월의 하 늘빛은 우리의 상상 속에서 찬란하다 . 대륙 , 남성 , 적극 ,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 확실 , 쾌활 , 청명 , 쭉 뿌린 푸른 물감 등은 이 시기 나혜석의 미술세계를 나타내는 키워드 로 보인다 . 말하자면 원색 → 침색 간색 → 대륙 , 남성 , 적극 , 확실 , 쾌활 청명을 섞은 쭉 뿌 린 푸른 물감의 순서로 그의 작품의 색채 기조가 변화하여간 것으로 말할 수 있다 . 나혜석이 작품 구도로 이어질 만하게 경치를 묘사하면서 색채까지 언급한 주목되는 글 에 「 4 년 전의 일기 중에서」가 있다 . 작일 장야현 송정리에서 출발하여 중앙선으로 금조 9시 30분에 나고야(名古屋)에 도 착하여 10시에 동해도선 시모노세키(下關)행 열차를 승환하다. 지금까지에 보던 경치와 는 딴판이다. 동해도선 경색은 많이 쓰다듬은 것일다. 어여쁘고 아당스럽다. 해면으로 탁 터진 데도 많고 광야에 전전(田畠)도 즐비하다. 그러나 중앙선 좌우측은 이와 반대라 할는지, 판이(判異)라 할는지 경색은 자연대로 있다. 울숙불숙 서 있는 산도 어푸숨 하 거니와 아무렇게 흐르는 내(山谷)도 귀엽다. 산이 있고 암이 있고, 천이 들어가고 나오 고, 먼저 있고 나중 있고 뒤에 있고 앞에 있어 그것은 말할 수 없는 자연의 미를 떨치고 있다. 나는 웬일인지 이러한 데가 좋다. 무슨 까닭인지 모르나 개천가에 있는 돌은 모두 57 ) 나혜석 , 「일 년 만에 본 경성의 잡감」 , 『개벽』 , 1924 . 7 , 『전집』 , 226 쪽 . 58 ) 나혜석 , 「조선미술전람회 서양화 총평」 , 『삼천리』 , 1932 . 7 , 『전집』 , 537 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