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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 1975년 4월 11일 정휘창 아침해 빛나는 이 푸른 언덕에서 맥맥히 자로온 겨레의 얼이여 반만년 깊은 뿌리 비바람에 꺾일소냐. 일찍이 서라벌에 꽃피어 화랑이었고, 여기 새로운 횃불되어 타오르니 그 이름 태극단이다. 1942년 왜적의 모진 손톱이 겨레의 숨결마저 끊으려 할 즈음, 바로 이 배움터에서 항거의 칼을 잡고 일어선 봉오리 이상호, 서상교, 김상길, 김정진, 이준윤, 이원연, 윤상룡등이 중심되어 뭉쳤으니, 뜻은 오직 조국의 독립에 있었고, 길은 다만 죽음을 각오할 따름이었다. 슬기로운 계획과 조직, 날카로운이론과 방법, 매운 그 기백이 왜적의 간담을 찔렀다. 군사학, 과학, 체육공부에 더 힘썼으니 그 장한 힘은 겨레의 심장을 지켰다. 1943년 5월 9일 대구 앞산에서 큰 모임을 가지고 가꾸어온 지난날을 가다듬고 싸워서 나갈 앞길을 굳게 다짐하였으니, 젊은 서슬이 삼천리를 덮었고 의로운 기개는 역사의 기둥이 되었다. 아깝다. 큰 깃발을 펴기도 전에 원수에게 탄로되어 갸륵한 새순은 무참히 잘리고 펴진 날개 원통히 찢기었지만, 매운 넋은 더움 힘차게 소리쳐 티없이 맑은 피가 방울방울 겨레의 기쁜 숨결을 살리었다. 여기 돌을 깎아 자랑스럽게 그 이름을 새긴다. 고구려의 맥박이 이 곳에 뛰고 신라의 목소리가 여기서 울린다. 겨레의 아들 딸들이 고개 숙여 우러러 받들지니 태극단 그 이름 길이길이 이 땅에서 푸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