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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顔眞卿)처럼 의병 모집하는 것을 보지 못했으니, 옛날 고구려가 하구려(下句麗)로 된 것 도 오히려 수치라 이르는데, 하물며 지금 당당한 한 나라로서 소일본(小日本)이 된다면 얼마나 서러운 일이겠습니까. 아! 저 왜놈들의 소위 신의나 법리는 말할 것조차 없거니와, 오직 저 국적(國賊) 놈들의 정종(頂鍾) 모발(毛髮)이 뉘를 힘입어 살아왔습니까. 원통함을 어찌하리. 국모(國母)의 원 수를 생각하면 이미 이를 갈았는데, 참혹한 일이 더욱 심하여 임금께서 또 머리를 깎으 시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의관(衣冠)을 찢긴 나머지 또 이런 망극한 화를 만났으매, 천지 가 번복되어 우리 고유의 이성을 보전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 부모에게 받은 몸을 금수 로 만드니 무슨 일이며, 우리 부모에게 받은 머리털을 풀 베듯이 베어버리니 이 무슨 변 고입니까. 요순(堯舜)·우탕(禹湯) 제왕의 전통이 오늘에 이르러 끊어졌고, 공맹(孔孟)·정주 (程朱) 성현의 명맥을 다시 이어갈 사람이 없으니, 장안(長安)의 부로(父老)들은 한관(漢 官)의 모습을 몹시 그리워하고, 신정(新亭)외 호걸들은 초수(楚囚)의 눈물만 떨어뜨립니 다. 군신(君臣)·부자가 마땅히 성을 등지고 한번 싸워 볼 생각이 있는데, 천지 귀신은 어 찌 밝은 데로 향하는 이치가 없으리오. 관중(管仲)이 아니면 우리는 정녕 오랑캐가 될 것이니, 요치(淖齒)를 베이는데 누가 과연 우단(右袒)을 할 것인가. 무릇 우리 각 도 충의의 인사들은 모두가 임금의 배양(培養)을 받은 몸이니 환난을 회 피하기란 죽음보다 더 괴로우며 멸망을 앉아서 기다릴진대 싸워 보는 것만 같지 못합니 다. 땅은 비록 만분의 일 밖에 되지 않지만 사람은 백배의 기운을 더할 수도 있습니다. 하늘 아래 함께 살 수 없으매 더욱 신담(薪膽)의 생각이 간절하고, 때는 자못 위태하여 어육(魚肉)의 화를 면하기 어렵습니다. 나는 들어보지 못했소. 오랑캐로 변한 놈이 어떻 게 세상에 설수 있겠습니까. 공으로 보나 사로 보나 살아날 가망이 만무하니, 화가 되건 복이 되건 죽을 사(死) 자 하나로 지표를 삼을 따름입니다. 말 피를 입에 바르고 함께 맹서하매 성패(成敗)와 이둔(利鈍)은 예측할 바 아니오, 의리 를 판단해서 이 길을 취하매 경중과 대소가 여기서 구분되는 것이니, 대중의 마음이 다 쏠리는데 어찌 온갖 신령의 보호가 없겠는가. 나라 운수가 다시 열리어 장차 온 누리가 길이 맑아짐을 볼 것입니다. 어진 이는 당적할 자 없다는 말을 의심하지 마소서. 군사의 행동을 무엇 때문에 머뭇거립니까. 이에 감히 먼저 의병을 일으키고자 마침내 이 뜻을 세상에 포고하노니, 위로 공경(公 卿)에서 아래로 서민에까지, 어느 누가 애통하고 절박한 뜻이 없겠는가. 이야말로 위급존 망의 계절이라, 각기 짚자리에 잠자고 창을 베개하며, 또한 끓는 물 속이나 불 속이라도 뛰어들어, 온 누리가 안정되게 하여, 일월이 다시 밝아지면 어찌 한 나라에 대한 공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