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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된 것이다. 그러나 의진은 굽히지 않고 병력을 성벽 밑에 집중 배치하고 반격을 가하니 적병이 무수히 쓰러졌다. 격전은 장기간 지속되었으나 오후에는 적군이 많은 사상자를 내 고 가흥 방면으로 달아났다. 한편 인근의 많은 의병들이 충주로 모여들고 호응 원조하여 의진의 형세가 크게 떨쳤다. 이때 이춘영은 중군장으로 성중에 있으며 각 군을 독려하고 전략을 수립하고 있었는데, 대장에게 다음과 같이 건의하였다. "지금 적의 병참이 앞에도 있고 뒤에도 있으니 물러가서 지킬 수도 없고 나아가서 용병 (用兵)할 수도 없습니다. 지금에 있어서의 계책으로는 먼저 수안보의 적 병참을 소멸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리고 1대의 병력으로 조령(鳥嶺)의 험지를 근거 삼아 지키면서 전 선(電線)을 모두 철거한다면 천리 간에 걸쳐 있는 적의 병참들이 머리와 꼬리가 서로 끊 어져서, 앞에서는 뒤를 구원하지 못하고, 뒤에서는 앞을 구원하지 못하여 적의 세력이 분 단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영 밖의 온 세력을 끌고, 호남의 풍성(豊盛)한 것을 당기어 서 서로 우익(羽翼)을 삼으며, 사면으로 다가든다면 경성의 적을 며칠이 안 가서 섬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획은 좋으나 위태로움이 많으므로 결정을 짓지 못하고 있는데 2월 23일 왜적 수백 명이 달천(達川)까지 들어왔다는 급보가 들어왔다. 이때 춘영은 대장에게 고하기를 " 각 영의 장수들이 매일 출전하여 많이 피로한데, 저만은 중군이므로 한 번도 출전하지 않 아서 마음에 항상 불안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출전하여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 여 주겠습니다." 하니 대장이 허락하였다. 여기서 이춘영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나가서 싸 워 크게 이겼다. 적병의 시체만도 5, 60이 되었다. 적이 멀리 달아났으므로 일단 군사들 을 집합시켰다. 이미 날이 저물었으므로 이춘영은 성 밖에 유진하고 대장소에 사실을 보 고하기를 승전한 기세를 이용하여 수안보를 진격하겠다고 청하니, 대장소에서 허락하였 다. 이에 승승기고(乘勝氣高)한 군사들을 지휘하여 바로 수안보의 적 병참을 진격하였다. 조령 밑에 있는 수안보의 왜병참에 대하여 춘영이 진작부터 관심을 가지고 여러 번 사람 을 보내어 정탐하였기 때문에 쉽사리 포위 공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위의 고지를 이용 한 의병진에서는 저항하는 적병들을 사살하면서 사면으로 압축하여 들어가니 탄환이 비 쏟아지듯 하고 처절한 격전이 전개되었다. 용감한 의병들은 적병을 보이는 대로 무찌르며 육박하여 들어가니 적진에서는 당황하여 퇴각의 길을 찾고 있었다. 이때 이춘영이 큰 소 리로 "적이 지금 달아나려 하니 군사들은 급히 쳐라."고 호령하였다. 이 소리를 듣고 적들 은 이춘영을 향하여 집중 공격하였다. 그러나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육혈포를 쏘았으나, 총알이 나오지 않았다. 이춘영은 뒤에 있던 홍선표(洪選杓)에게 총을 주며 "이거 보시오, 웬일인지 모르겠소." 하고 몸을 돌리는 순간, 은신물로 사용하던 큰 나무로부터 몸이 노출 되었다. 적은 그 틈을 노려 총을 쏘았다. 적의 탄환은 그를 명중하여 28세의 젊은 나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