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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노무자의 탈출 현장에서든 동원과정에서든, 조선인 노무자의 탈출은 일본 당국의 전쟁수행능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힘들게 모은 조선인이 역이나 항구에서 탈출하는 통에 할당 목표량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노무관리가 가혹한 작업장일수록 현장 탈출 비율이 높았다. 일본 내무성의 조사에 의하면, 1939년 1942년까지 일본에 동원된 조선인 가운데 25만여 명이 동원 과정에서 탈출을 시도하였다. 1939년 2.2%였던 탈출 비율이 1943년에는 39.9%에 달하였다. 이 때문에 일제는 조선 사회 전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지만 탈출 비율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 탈출 비율이 높은 것은 가혹하고 열악한 노동 실태와 노동재해의 실상이 조선 사회에 널리 알려졌고, 일본의 패망을 전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탈출 도중에 붙잡히면 사망에 이를 정도의 폭력이나 가혹한 처벌을 면치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조선인은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