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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기] 설악산, 진로포도주, 이도성의추억 곽정례 1989년 1월, 영동 지방에 내린 대설주의보가 막 해제되었던 날이었다. 바로 그 날, 우리는 학교 버스를 타고 설악산으로 향했다.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하니 절대 산에는 오르지 말라던 부모님의 염려 섞인 잔소리와 함께 떠난 우리 기수의 첫 번째 겨울 세 미나였다. 몇 시간이 걸려 도착한 설악산에는 여전히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당시 우리 숙소 였던 서림 모텔(도영이도 이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걸 보니 굉장히 인상 깊었던 모양이다) 앞 에서다들눈을뭉쳐서로에게던지며한참이나낄낄댔던기억이난다. 그리고그다음날이었던가. 오래되어기억도가물가물한그날, 기수모임이예정 되어 있었다. 날씨도 춥고, 돈도 없고, 그 깊은 산 속에서 갈 데도 없던 우리는 새로이 실무진이된35기선배들에게숙소에그냥있게해달라고사정했다. 하지만거절당했 다. 결국 20명 가까운 우리 36기는 칼바람 부는 설악산을 헤매다 <설악 관광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 커피숍에서 각자 음료 한 잔씩 시켜 놓고 시간을 죽이기로 했 던 것이다(계산할 때 호텔 직원과 실랑이를 했던 것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기가 막힌 일이다. 당시 대학 1학년이었던 우리가 호텔 부대시설 이용 요금에 서비스료 10%가 붙는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에게 바가지를 씌운다고 무척 억울해 했고 심지어는 돈이 모자라 무 척곤혹스러웠던기억이있다). 기별 Essay | 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