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page

일종의DNA 같은역할을해왔음을기억한다. 언중지서(言中之書)속에는감당하기어려운무거움이담겨져있다. 젊은 날의 우리들이 적어 내려갔던 그 많은 기록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그 시절질러대던엄청난아우성이들린다. 고뇌와아픔. 사랑을 앓았고, 사랑을 즐겨하던 그 이야기들이 그곳에 있다. 뜨거운 마음으로 우 리나라를걱정했고, 악한무리들을저주했다. 마음속에가진이상향을그려댔다. 그시절우린아나키스트였다. 우리 몸뚱이가 있던 이 땅을 사랑했고, 우리 몸뚱이가 이 땅에서 괴로워했던 숱한 기억이담겨져있다. 언중지서에는젊은날, 우리가애써짜낸배설의흔적이오롯이남아있다. 무엇이우리를끌어내어그곳에머물게했을까? 눈물자국과핏자국. 짓이기어 나온 마음의 토사물이 그곳에 있다. VOU를 지나쳐간 그 많은 이름들이 또한그곳에있다. 유머도있고우스갯소리도있다. 때로는 우리만 알아챌 수 있는 유머와 우스갯소리에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번뜩이 는문구와놓치기아까운아이디어가있었다. 내가널사랑했고, 내가널미워했다는기록들도뻔뻔스럽게남아있다. 때때로언중지서(言中之書)는암호였다. 둘만, 혹은 그들만 알 수 있는 비밀의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필체는 곧 그 사람이 었다. 아무리시치미를떼지만우린알았다. 아, 그인간이구나. 그인간이구나. 누군가남긴어떤글의행간의의미를파악하려고온신경을곤두세우기도했다. 매 년, 매 학기, 방송 국원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늘어놓고 했던 인물평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170 | 대학의 소리 방송국 - VOU 60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