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page

[ 42기] 블랙롱솜자켓 전인숙 # 행운의맨홀 94년 여름, 역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해다. 정식 국원이 되기 위해 현정, 재 일이와 만든 삼인조 작품은‘행운의 맨홀주’. 며칠을 못 자고 못 씻은 우리는 누가 봐 도 거지였다. 강남 꽃거지 손재일이 방송국 근처 벤치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머리맡에살포시놓여있던동전몇닢은과연작품명이가져온행운이었다. 하지만 모니터 결과는 작품명과는 정반대였다. “대성공이야, 대성공!”을 외친 나 의 폭발적인 연기력은 OB 선배들의 빵 터짐과 함께 실무진의 얼굴을 흙빛으로 만들 었다. 재 모니터라는 불명예와 뜨거운 폭염 맛을 한 번 더 봤지만, “대성공이야, 대성 공!”은현정이를단숨에로코물의대가로만들어주었다. 멘트지를 집어 던지기 위해 미리 스테이플러를 뜯고 있던 형, 소리를 한번 지르긴 해야겠는데 괜히 잘못 질렀다가 탈국할까봐 무조건 방송국에 짱 박히게 생긴 애를 고 르느라 관상 보는 형, 야심차게 스크립트 집어 던졌는데 펄럭이긴커녕 뭉텅이 채로 떨 어져 폭 망한 형, 그걸 보고 웃음 참느라 고통 받는 YB까지. 그때 죄인처럼 고개를 숙 이고있지않았다면선배들의이런분주함과어설픈발연기를눈치챌수있었을까. 무튼 지금 와서 생각하니 부장님이 소리치실 때도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딴 생각 을 할 수 있는 건 수습모니터와재모니터를거치며쌓인내공덕인듯하다. 104 | 대학의 소리 방송국 - VOU 60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