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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1 2016. 06. 제510호 / 애틋한 사연 찾아 보람과 희열 느껴 인터넷에 전·사적지 정보들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먼저 연 락이 오는 경우도 생겼다. “비문의 주인공인 전사자의 후손이나 종친회에서 전화해서 고맙다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비석 위치를 알려주며 찾아서 자료를 업데이트해달라고 부탁 하기도 했어요.” 현충 시설에는 등급이 있지만 전·사적지를 포함한 호국시 설에는 등급이 없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현충 시설은 대부 분 잘 알려진 전사 위주로만 돼 있고 개인이 세운 비석 등은 후손이 없어 관리되기가 어렵다. 박 대표가 가장 안타까워하 는 부분이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일가친척도 뿔뿔이 흩어지고 아무도 돌보지 않는 비석들이 상당합니다. 현충시설로 등록하려면 만든 사람이 신청해야 하는데 그건 이미 어렵게 됐고요. 자 기 고장의 소중한 유산인데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주면 좋 겠습니다.” 박 대표의 전·사적지 데이터베이스는 위치정보부터 주변시 설, 비문의 모습과 새겨진 내용을 일목요연 하게 정리함으로써 우리 근대사를 관통하는 방대한 역사적 사료가 됐다. 지금까지 정부나 지자체, 그 어떤 학자도 해내지 못한 대단한 기록이다. “저 같은 사람이 처음은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이름 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독립운동을 하셨던 이들의 정보 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료화하려고 했던 분도 계시더라고 요 . 벌써 몇십 년 전이니까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 선생처 럼 도보답사 하듯이 다니셨겠지요. 그에 비하면 저는 너무 편 하게 작업한 셈입니다. 요즘은 GPS에 내비게이션, 인터넷, 렌 터카 등 이용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들이 참 많잖아요. 열악한 환경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런 작업을 꾸준히 해온 분 들이 계셔서 우리 역사가 기록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사적지 활용 콘텐츠는 무궁무진 올해 6월이면 박원연 대표의 6년에 걸친 전·사적지 데 이터베이스 작업이 마무리된다. 인터넷에서 www.dmook. co.kr (접속후 상단메뉴에서 갤러리 클릭후 카테고리에서 밀 리터리 선택)로 접속하면 박 대표가 구축한 모든 자료를 누구 기획특집 인터뷰 성연교 1967년 강원도 철원급 김화읍 국도에서 군용차량이 전복돼 탑승했던 황성연 상병이 순직했다.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간 아버지는 도로 모양이 S자라 사고가 자주 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아버지는 사비를 들여 도로 를 곧게 펴고 다리를 넓히는 공사를 했다. 부대는 여기에 비석을 세우고 아들의 이름을 따 성연교라 이름 붙 였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비석 앞에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예태원 도사비(悼思碑) 6·25전쟁 중 전사한 아들을 위해 아버지가 세운 비석이 다. 비문에는 ‘너는 영특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줬는데 참으로 안타깝다’는 글귀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버지는 자신을 아닐 미에 죽을 사 아비 부자를 써서 미사부(未死父)라고 기 록했다. 자식을 앞세운 아버지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절절하 게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이다. 밭 귀퉁이에 아버지가 세웠던 비석은 쓰러져있고 그 옆에 후손이 새로 만들었을 것으로 추 정되는 비석이 서 있다. 박원연씨가 꼽은 감동적인 사연을 담은 비석들 나 무료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더욱 업그레이드해 보다 전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그 는, 이렇게 되면 아무도 내준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 만든 숙 제를 마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에게도 또 다른 숙제를 낼 것이고 우리에게도 숙제를 남기고 있다. “찾아갔지만, 끝끝내 위치를 확인 못 했거나 관리가 부실했 던 곳은 또다시 찾아가 봐야지요. 혹시 군에서 도움을 주신다 면 부대 내에 있는 전적비 리스트도 만들 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무엇보다 여러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딘가 연재가 돼도 상관없고 학생들 교육용도 좋고 데이트 코스로 도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콘텐츠는 무궁무진할 겁니다. 슬프 고도 아름다운 우리 역사가 오롯이 담긴 비석들 이제부터는 그냥 지나치지 말아 주세요.” 글 박지숙 기자 _ 사진 조용학 기자 1 3 2 ➊ 박원연 KDMT 대표의 전사적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계원예술대 학생들이 학습용 교재를 만들었다. ➋ 박원연 KDMT 대표가 전사적지 자료를 업데이트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➌ 전사적지 전문가 KDMT 박원연 대표. 늘 혼자 다니다보니 자신의 모습이 담 긴 사진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