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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9 2016. 06. 제510호 /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연의 비석들... 그냥 지나치지 말아 주세요” 전국 전·사적지 DB로 엮은 박원연 KDMT 대표 기획특집 인터뷰 5500곳? 알았다면 시작했을까 5000 곳이 넘는 대한민국 전·사적지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든 박원연(56) KDMT 대 표 . 1년 12달을 호국보훈의 달로 살아가고 있는 그에게 꼭 들어맞는 문장이 아닐까. 하지만 그 역시 참으로 볼 수 있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 나 사명감을 가지고 시작한 일도 아니었다. “2010년에 둘째 아들이 해병대에 입대했어요. 포항으로 면회 갔다가 해병대 ‘7대 전적지’ 가 있다는 걸 알고 아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뜻에서 탐방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양구에 가 보니 육군 전적지가 눈에 띄는 거에요. 육군도 해볼까? 그러다 보니 해·공군까지 하게 됐 고 의경으로 가 있는 큰아들이 섭섭해 할 거 같아 경찰까지 포함 시켰어요. 독수리 유격대 같은 민간인도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5500 곳이나 되는 줄 알았으면 아예 시작을 안 했 겠죠. 하하하!” 주말마다 숙제하듯 전국 누벼 난관은 한둘이 아니었다. 리스트는 물론 위치 정보도 찾기 힘들었다. 개인 블로그에는 오 류도 많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현충시설은 관리하지만 전·사적지는 관리대상이 아니라 방치된 곳이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 군인도 학자도 정부 관계자도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탐방을 다니다 보니 지자체나 군부대의 협조를 얻기가 너무 힘들었다. 전화를 걸면 “모른다” 거나 “알려줄 수 없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사기꾼처럼 보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번 시작한 일이니 멈출 수는 없었다. 주말만 되면 숙제하듯이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대부분 전·사적지가 외진 곳에 있어서 찾아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교통비에 먹 고 자는 비용을 더하면 6년 동안 2억 정도 쓴 거 같습니다. 전사자 비석은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세운 것들이 많습니다. 얼핏 비슷비슷해 보여도 내용을 읽어보면 애틋한 사연들이 있 어요. 비석 뒤의 비문을 읽으며 그 스토리를 접할 때는 마치 골프에서 홀인원 했을 때만큼의 희열이 있습니다. 또 그 사연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여러 사람에게 알릴 수 있다고 생각 하면 마치 우리 회사가 10억짜리 수주를 따냈을 때 같은 보람을 느낍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조선 정조 때의 문인이자 미술평론가 유한준(兪漢 雋)의 시를 차용해 만들어낸 말이다. 그런데 이 시의 원문은 ‘알게 되면 참 으로 아끼게 되고, 아끼면 참으로 볼 수 있게 되며, 안목이 트이면 이를 수집하 게 되는데, 이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과 는 다르다(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 則畜之, 而非徒畜也)’는 내용이다. 사랑 하면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알아야 사 랑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사적지 전문가 박원연 KDMT 대표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한국경제신문 뉴미디어국 KETEL 개발팀장 •한국PC통신(한경 Ketel, KT Hitel 통합법인) 개발팀장 •나우콤 연구소장 •iMBC 기술연구소장 •(주)KDMT 창업(대표이사) 전·사적지 전문가 박원연 KDMT 대표이사 조용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