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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못 여기는 4.3의 와중에 마을이 전소되어 잃어버린 북제주군 한림읍 명월리 빌레못마을 터이다. 빌레못이란 돌빌레 위에 못이 형성된 곳으로 옛날에는 식수와 우마먹이는 물로 사용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80여년 전 강씨, 홍씨, 양씨 세 가호가 설촌한 이래 25가호 130여명의 주민들이 밭농사를 지으며 살던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이었다. 바람도 소리없이 찾아들어 머물러 가던 이 마을에도 1948년 제주 전역을 휩쓴 4.3의 광풍은 여지없이 몰아쳤다. 11월 20일경 소개령에 의해 가옥은 전소되어 잿더미가 되고 주민들은 해안마을로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이디 이뿐이랴 20여명의 고귀한 인명이 희생되어 바람길 구름길에 떠도는 고훈이 되었구나. 1949년 봄 명월리 고림동에 축성을 하고 가건물을 지어 살게된 이후 주민들은 빌레못으로 돌아오지 않아 지금은 연못터와 대나무만이 예전에 사람이 살았음을 중언하고 있다.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이 표석을 세운다. 2002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