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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왓 이 곳은 4.3의 와중에서 마을이 전소되어 잃어버린 북제주군 애월읍 어도2구 자리왓 마을 터이다. 250여년 전에 남평문씨 일가가 집성촌을 이루어 살기 시작한 이래 30여가호에 150여 주민들이 밭농사를 지으며 살던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이었다. 마을 가운데 신명서당이 있어 글 읽는 소리 끊이지 않았고 뛰어난 인재가 많이 배출되었다. 주위에 작은 규모의 자연마을인 지금기, 열루왓, 상수모를, 말밭, 고도리왓등의 촌장들이 자리왓 팽나무 아래 모여 대소사를 의논하며 정겹게 살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4.3의 광풍은 이 마을들을 여지없이 세차게 뒤흔들어 놓았으니 1948년 11월 중순 경 소개령이 내려지고 주민들이 아래 마을로 이주한후 마을은 전소되어 잿더마가 되었고 이 와중에 5명이 희생되었다. 주민들은 봉성리 입구 신명동에 터를 잡아 살기시작한 이후 자리왓등으로는 전혀 돌아오지 않았으니 이곳을 지나는 길손들이여 눈을 들어 주위를 둘러보라. 잔 바람에 스석대는 대숲이 있던 집터와 밭담 사이로 자그맣게 남아있는 올래 그리고 마을의 역사와 더불어 살아온 저 팽나무를 서러운 옛이야기가 들리지 않는가.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서러운 역사가 재발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이 표석을 세운다. 2002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