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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미왓 여기는 4.3사건에 마을이 전소되어 없어져버린 북제주군 애월읍 유수암리 동가름 마을 터이다. 120년 전 설촌된 이후 19호에 70여 명의 주민들이 밭농사와 목축을 생업으로 평화롭게 살던 전형적인 중산간 마을이었다. 마을의 형세가 범의 꼬리 끝에 위치한 마을이라 해서 범미왓(虎尾田)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4.3의 광풍은 이 마을이라고 비켜가지 않았으니 1948년 11월 16일 밤 토벌대의 산전예고도 없이 마을의 집들은 방화되었다. 이 와중에도 11명의 주민들이 유명을 달리하였고, 이 후 살아남은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목숨을 연명하였다. 주민들은 1949년 겨울부터 유수암리 본 마을에 축성하여 살기 시작하였는데 범미왓은 성의 바깥에 위치하게되어 마을 재건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잡초만 우거지고 빈 집처의 대나무만이 지나간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여기 다시는 이 땅에 4.3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로운 마을로 재건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이 비를 세운다. 2005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