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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레가름 이 곳은 1948년 11월 7일 4.3사건으로 마을이 전소되어 잃어버린 남제주군 남원읍 한남리 빌레가름 터이다. 빌레가름이란 지표면 바로 밑에 암반이 널려있는 데서 유래한다. 1845년 무렵 제주 고씨 네 형제들이 처음 이곳에 삶의 둥지를 튼 이래 24개호 불모지를 일구어 보라, 조, 밭벼, 콩등 농사와 목축을 생업으로 하여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나 4.3광풍은 이 마을에도 여지없이 불어닥쳐 마을이 전소되었으며 주민들은 거린오름 기슭이나 서중천 주변에 흩어져 몸을 숨기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절망감에 몸부림 처야 했다. 이 와중에 25명이 희생되었고 후대가 끊긴 가호만도 5호가 된다. 1953년 한남리가 현재의 리사무소를 중심으로 재건되면서 남아 있는 100여명의 주민들은 그 때의 비극을 되살리고 싶지않아 빌레가름으로 돌아오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 이에 억울하게 희생된 고혼들을 신원하고 다시는 이땅에 4.3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상생의 염원을 모아 이 표석을 세운다. 2002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