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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마을 -물터진골- 여기는 4.3의 와중인 1948년 11월 13일 마을이 전소되어 잃어버린 북제주군 조천읍 와흘리의 한 자연마을 물터진골(水基洞)터이다. 그 이름이 "바농오름에 모인 물이 이곳 주민들의 식수였던 새통에 모였다 아래로 흘러갔다"하여 붙여진 이 마을은 약 300년 전 김명천이 남원읍 의귀리에서 이주하여 우마를 방목하고 화전을 일궈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됬다. 물터진골은 해방 후에도 12가호 50여명의 주민들이 공동체적 유습을 유지하며 평화롭게 살고있던 제주도의 전형적인 중산간마을이었다. 그러나 4.3은 이 마을을 피해가지 않았다. 인근 궈뜨르(舌坪洞)와 와흘리가 불에 타던 그날 물터진골 주님들은 집을 잃은 설음에 겹처 주민 대다수인 40여명이 희생되는 아픔을 겪었더. 이날 인근 신촌에서 피난왔던 여성 9명도 희생되었다. 마을 재건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아픈 기억이 항상 머릿속에서 꿈틀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위로 눈을 돌려 삶의 흔적이 뚜렷이 묻어나는 대나무숲을 보라. 옛 올레를 걸어 들어가 주민들이 마셨을 새통터를 찾아보고 이들의 아팠던 삶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보라. 다시는 이 땅이 4.3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는 영원한 평화의 섬이기를 바라며 이 표석을 세운다. 2001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