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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튼물 이 곳은 4.3사건으로 마을이 전소되어잃어버린 남제주군 안덕면 상천리 속칭 오리튼물 마을터이다. 오리튼물이라는 말은 오리가 날아와서 앉았던 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2백여 년전에 설촌된 이 마을은 제주4.3사건 당시 40여 가호에 170여명의 주민들이 우마를 키우고 밭농사를 지으며 넉넉하게 살던 중산간 마을이었다. 주위에 작은 규모의 자연마을인 거머를, 바지남흘, 천망어움, 큰빅데기 등을 합쳐 약 70여 가호를 이루었고 일제 강점기 이전엔 백록마을로 불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4.3의 광풍은 이 마을들을 여지없이 뒤흔들어 놓았으니 1948년 12월 12일 마을이 전소되고 12월 21일경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주민들은 아랫 마을로 내려가거나 산중으로 은신하였고, 토벌대에 의해 마을은 전소되고 십여명의 주민들이 유명을 달리하기도 하였다. 흩어졌던 주민들은 이웃 상창리와 경계지점에 집을 다시 지어 살기 시작하였고 국가의 지원으로 현재의 상처리에 정착을 한 뒤 다시는 오리튼물로는 돌아오지 않았으니 지나는 길손들이여 주위를 둘러보라! 병악과 영아리오름 사이에 자리잡은 집터와 밭담 사이로 가그맣게 남아있는 올래, 그리고 저 집터마다 무더기 무더기로 자란 대숲들이 마을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는 이 땅에 4.3사건과 같은 서러운 역사가 재발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이 표석을 세운다. 2004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