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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마을 - 무등이왓- 여기는 4.3사건의 와중인 1948년 11월 21일 마을이 전소되어 잃어버린 남제주군 안덕면 동광리 무등이왓터이다. 약 300년 전 관의 침탈을 피래 숨어든 사람들이 화전을 일궈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된 이래 4.3당시 동광리에는 무등이왓 이외에도 삼밭구석, 사장밭, 조수궤, 간장리의 5개 자연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주로 조, 메일, 보리, 콩 등을 재배했고 교육열이 높아 일제 때에는 광선사숙과 2년제 동광간이학교가 세워졌다. 4.3사건은 이 마을을 피해가지 않았다. 폐촌 후 주민들은 도너리오름 앞쪽의 큰 넓궤에 숨어드는 것을 시작으로 눈덮인 벌판을 헤매다 유명을 달리했다. 한 할머니는 그후 맷돌을 갈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노래했다. "난 돼지집에 숨언 살았수다. 살려줍서 살려줍서 허는 애기 놔두고 나만 혼자 살아나수다" 4.3으로 무등이왓(130호)에서 약100명, 삼밭구석(46호)에서 약 50명, 주수궤(6호)에서 6명이 희생됬다. 인가가 자리했던 대숲을 지나 아이들이 뛰어나올 듯한 올랫길을 걸어 보라. 시신없는 헛묘도 찾아보고 유일하게 복구된 간장리 마을을 지나 큰넓궤로 발길을 돌려보라. 평화를 기원하는 외침이 들려올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 4.3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이 표석을 세운다. 2001년 4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