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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7일 주일 23 열린마당 사 설 나눔 실천하는 한가위 되기를 보편교회의 가정과 가정사목을 증 진하기 위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 14차 정기총회가 10월 4일 개막, 3주 동안 이어진다. 이번 주교대의원회의 는 지난해 열린 제3차 임시총회를 통 해 성찰한 현대 가정들의 고통과 어 려움들을 어떻게 덜어주고 희망과 위 로를 건네줄 것인지를 논의하는 자리 이다. 특히 내년까지 이어지는 ‘자비 의 희년’과 연계된 이번 회의는 무엇 보다도 하느님의 자비를 가정과 가정 사목의 근본 원리로 삼고 있다. 지난해 임시총회에서의 논의들 을 보면서 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 과 보편교회의 지도자들이 주목한, 현대 가정의 고통에 전적으로 공감 했다. 오늘날 우리 가정들은 더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 그 고통들은 변화된 사고방식과 생활 양식에 기 인할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를 포함 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도 크게 비롯 된다. 뿐만 아니라 가정들 자체가 교 회의 가르침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 어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발 견하고 있다. 교회가 이러한 고통에 함께하고 자 하는 것이 이번 주교대의원회의의 근본 취지이다. 그러한 취지는 두 가 지 면에서 두드러진다. 하나는 논의 와 성찰의 시작을 현대 가정의 상황 을 겸허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했 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자비’를 모든 문제의 해결과 대안의 모색에 있어서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자비’ 로써 ‘동행’함으로써, 교회는 가정들 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신앙인들의 가장 강력 한 무기인 기도를 통해 주교대의원회 의에서의 논의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 다. 기도 중에 오늘날 가정들에게 하 느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성찰 하고, 고통에 빠진 이웃 가정들을 어 떻게 도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통일세대?진·인·사·대·천·명 일요한담 현장에서 병아리 기자 시절 서로 알고서 평생을 함께 걷는 도반들을 오랜만에 당산역 근 처 횟집으로 불러냈습니다. 퇴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앞서 나간 친구들이 어 떻게 사는지 궁금했던 거죠. 문주(文酒) 세월을 함께한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보 면 기고만장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자그마한 출판사를 하는 J는 연예와 문학을 담당하던 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였죠. 잘나갈 때 그는 남들 10년 연봉을 1년 인세로 벌었 습니다. 덕분에 우리 술자리도 거나했고 요, 하지만 무신론자인 그는 칠죄종(七罪 宗) 중 하나인 미색에 빠져 가산을 탕진 했습니다. 이젠 신자인 양처 치하에 숨 죽여 살며 진짜 양서만 씁니다. 어쭈! 이 친구 갑자기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날 바꿔주는, 예전에 안 하던 짓거리(?)를 합니다. 그가 하느님이 주신 재능을 제 것처럼 여기며 교만했지만 이젠 그렇지 않을뿐더러 곧 입교할 것 같다고 자매님 이 귀띔하네요. 하룻밤 원고지 200장 필 력의 골초 로맨티시스트 편집장 S도 미 색으로 헤맸던 일을 안주 삼아 나눕니 다. 그는 조선 토종닭을 복원해 숲 속에 풀어놓고 아내와 알콩달콩 삽니다. 둘 모두 소득은 예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줄었지만 더 해맑고 훨씬 여유롭습 니다. 담배는 끊은 지 오래고 술은 이틀에 한 번 소주나 막걸리 한 병 정도로 제한한 다나? 어쩐다나? 불콰한 귀갓길 전철에서 인생 연착륙을 구상하면서 진인사대천명 을 음으로 6행시를 휘갈겨봅니다. 진,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자. 인, 인정사정없이 담 배를 끊자. 사, 사랑하자. 대, 대범해지자. 천, 천주님께 의탁하자. 명, 명을 재촉하며 살지 말자. 특히 재물 때문엔 절대로. 김선동(루카)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회장 세계주교대의원회의를 위해 기도를 올해는 1965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50주년이 되는 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쇄신과 적응’이라는 정신으로 교회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 자 했다. 교황 요한 23세는 공의회를 개 최하면서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방 안 에 가득 채우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어 라”고 역설했다. 우리 교회는, 뜨겁게 타 올랐던 공의회 정신을 기억하고, 그 기 억을 현존시키고, 희망을 가지고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특히 한 국교회는 공의회 정신을 어떻게 살고 있 는지 자문하고 반성해야 한다. 교회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사회 조 직 중 하나다. 사회 조직의 사전적 정의 는 사회 집단 중에서 그 집단의 목표와 경계가 분명하고, 구성원의 지위와 역할 이 전문화되어 있으며, 규범이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는 조직성을 지니는 집단이 다. 잠깐 본당 사목을 할 때 일이다. 신자 들의 마음을 모아 본당 신축이라는 중 요한 결정을 해야 했다. 신자들에게 물 었다. “우리 성당은 누구의 것이지요?” 교우들은 이구동성으로 “우리의 것입니 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분명히 말했다. “틀렸습니다. 여기 있는 이 본당 신부의 것도, 또 여러분의 것도 아닙니다. 하느 님의 것입니다. 본당 신부도 임기가 끝나 면 떠날 것이고 여러분도 때가 되면 떠 날 것입니다. 하느님만이 이 집의 영원한 주인이십니다. 하느님의 집입니다.” 그렇 다, 교회는 하느님 소유다. 일반 사회 조 직처럼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제2 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를 일컬어 ‘하느 님의 백성’(Populus Dei)임을 다시 천명 했다(교회 헌장 9). 예수 그리스도를 머 리로 하여 세워진 신비체, 거룩한 백성 이다. 이러한 신적이고 영적인 차원이 없 으면 교회는 다른 일반 사회 조직과 별 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직면하는 가장 큰 유혹은 교회를 인간 집단으로 보고 자 하는 것이다. 실상 교회 안에는 많은 불협화음이 존재한다. 빛과 어둠, 선과 악이 혼재한다. 선하고 완전한 사람들의 교회가 아니다. 매일 하느님께 자신들과 다른 형제들을 용서해 주실 것을 청하는 ‘죄인들의 공동체’다. 요즘 교회 안에서 ‘종북’, ‘종북좌파’, ‘종북빨갱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 다. 일부 사제들과 주교들에게 이 딱지 를 붙인다. 심지어 ‘신부 옷을 벗겨라, 사 제직을 떠나라’는 듣기에도 섬뜩한 악마 적 소리도 거침없이 한다. 예전에는 이 런 소리를 교회 밖 사람들이 했다. 1980 년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 천주교 는 독재정권과 대중매체에 현혹된 사람 들에게 눈엣가시였다. 특히 1982년 부 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용의자를 숨겨 준 혐의로 원주 교구 최기식 신부가 감 옥에 갇히자, 우리 동네 사람들은 우리 본당 신부를 ‘빨갱이 신부’라고 수군거 렸다. 나도 이 소리를 귀로 직접 들었다. 이처럼 천주교 사제나 수도자를 불순분 자 취급을 했다. 물론 당시에도 일부 성 직자와 신자들은 민주화 운동에 교회 가 가담하는 것을 그리 좋지 않은 눈으 로 보았겠지만 표면으로 드러나지는 않 았다. 그런데 지금은 일부 교우들이(진 짜 교우들인지 의심이 되지만) ‘대한민 국수호천주교모임’이란 이름으로 이른 바 ‘좌경 정치선동 사제’를 비난하는 등 교회 안팎에서 문제를 만들고 있다. 누가 ‘종북’(從北)인지 따지지 말고 우리 자신이 ‘종주’(從主)인지 자문하 자. 교회는 교회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 지 않는다. 이 세상을 위한 빛과 소금 으로서 구원의 도구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늘 열려 계시는 분이심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 자가 희생 제사는 그분께서 지상에서 당신의 온 생애에 걸쳐 살아오신 방식의 정점입니다. 그분의 모범에 따라 사회 속에 깊이 들어가, 모든 이와 삶을 나누 고, 그들의 관심사에 귀 기울이고, 물심 양면으로 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기뻐 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 람들과 함께 울어 주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는 다른 이들과 서로 손잡고 새로 운 세상을 건설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러 나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무거운 짐으 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주고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개인의 선택으로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복음의 기쁨 269항). 방주의 창 종주(從主)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 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돌아 왔다. 중추절(仲秋節) 가배(嘉俳)라 고도 불리는 추석 명절 한가위는 한 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을 수확하는 시기다. 그래서 명절 중에서도 가장 풍성한 명절로 꼽힌다. 연휴에 주말이 겹쳤지만 대체 휴무 제 도입으로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 를 느낄 수 있는 명절이 될 전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 라’는 말처럼 모처럼 가족들과 정담 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러나 한편 이 같은 풍성함을 기 원하는 마음과 달리 체감적으로 느 끼는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메르 스 여파가 사라지고 있지만 장기화 된 내수 침체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 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그만 큼 서민들에게는 추석 나기가 팍팍 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 추석은 9월 순교자성월의 마지막 주일이기도 하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 은 박해의 칼날 속에서 어렵게 신 앙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나눔 연 대의 삶을 사는데 전력했다. 철저한 일상의 기도생활과 함께 성경 교리를 통한 교회 가르침을 삶 속에서 그대로 실천했다고 알려진 다. 쌀 한 톨이라도 이웃과 나누고 살았던 탓에 당시 사람들은 “천주학 쟁이들이 사는 교우촌엔 굶어 죽는 이가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우리 신앙인들은 추석 명절을 지 내며, 또 순교자성월 마지막 주일을 보내며 아름다운 명절의 전통과 의 미를 나누는 것과 함께 이 같은 신앙 선조들의 나눔 실천 정신을 더욱 가 슴에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이웃 사랑’의 가르침을 배운 대로 실천했던 순교 성인들 모습처럼 주변 의 독거노인이나 복지시설에서 보호받 고 있는 아이들 등, 명절을 쓸쓸히 보 내야 하는 소외된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관심의 시선을 돌리자. “옷을 두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3,11)는 예수님 말씀을 따라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 누는 추석 명절이 될 수 있도록 하자. 인영균 신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 통일 을 기원하는 행사 등이 이어져오고 있지 만 남북 관계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특히 기성세대에 비해 젊은이들 의 남북통일에 대한 관심은 날로 낮아지 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대교구 대학생사목부가 주최한 토크콘서트에서 김제동(프란치스코)씨 는 “지금 10~30대는 한반도를 통일로 이 끄는 통일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 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통일에 대 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청년들에게 그 의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울림은 청년들을 움직이게 만들었 다. 떼제공동체가 2012년부터 열어온 한 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일치기도회에 가톨릭 청년 신자들이 함께한 것이다. 9 월 19일 열린 일치기도회에서 청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한반도 평화 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그동안 평화 통 일에 대해 무관심했던 자신을 되돌아보 며 뉘우침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토 크콘서트와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일치기도회를 다녀온 기자 또한 마찬가 지였다. 주변 사람의 말 한마디만으로도 통 일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경험은 신선함을 넘어서 감동적이기까 지 했다. 학업과 취업 준비 등으로 바 쁜 나날을 보내기에 급급한 젊은이들 이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는 일일까. 통일이 된다면 지금의 10~30대가 통 일의 주역이 된다. 분단 70주년을 보내고 있는 이때, 무엇보다 한반도 통일에 주체 적인 역할을 해야 할 청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가 절실하다. 김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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