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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7일 주일 11 특집 회칙은 환경문제에 대해 지식이 많은 것보다 실천이 중요함을 밝히고 있다. 프 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제1장을 통해 공 동의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통렬 하게 자각하는 ‘현실직시’를 하게 한다. 각종 오염과 온난화, 물 문제, 생물 다양 성 감소, 삶의 질 저하, 세계적 불평등문 제들을 짚는다. 회칙 제2, 3, 4장은 ‘판단’을 하도록 한 다. 모든 피조물이 서로 보이지 않는 끈 으로 연결된 ‘통합생태’를 이야기하며 조 화로운 관계의 단절이 곧 죄임을 말한다. 이윤을 극대화해 무한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기술관료적 패러다임과 그릇된 인 간중심주의, 상대주의문화 등에 대항할 수 있는 시각과 사고방식, 생활양식, 영성 이 필요하다. 회칙 제5, 6장은 행동을 하라고 촉구 한다. 국제정치에서 환경협약들을 실행 하고 위반시 국제적 제재장치를 마련하 기 위한 세계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지역에 따른 고유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비정부기구와 중간집단들, 국민과 시민 단체들이 정부정책을 감시하고 통제해야 한다. 이윤극대화에 붙잡힌 경제가 스스로 는 환경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므로 정치 가 결여된 경제는 정당화될 수 없다. 과 학 또한 종교와의 대화를 통해 그 한계 를 보완해가야 한다. 생태교육과 영성 또 한 중요하다. 학교, 교회, 수도회나 사회 단체만이 아니라 가정이 가장 중요한 생 태교육의 못자리이다. 회칙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자연 파괴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사 회교리의 확대된 핵심관심사, 인간존엄 성의 원리를 잘 드러냈다. 세상이 하나의 관계망으로 서로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통합생태론의 통찰은 연대성과 공동선, 보조성의 원리 등 가톨릭 사회원리의 핵 심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또 ‘지구는 인간이 이용할 수 있지만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은 재 화의 공통목적과 공동사용 원리와도 맞 닿아 있으며, 통합생태론이 제시하는 목 표 또한 가톨릭사회교리의 핵심인 ‘사랑’ 과 같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 과 하느님의 관계를 회복하고 창조주 하 느님께서 원래 만드신 대로 세상 안에 사 랑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회칙 반포는 창조질서가 정의평화를 대치하는 의미가 아니라 정의평화의 문 제를 창조질서로 통합하는 문제다. 따라 서 인간과 자연을 한마음한몸으로 돌아 보며 한몸 의식을 갖길 바란다. ‘즐거운 불편 운동’과 ‘아나바다 운동’ 등 실천 운 동프로그램 강화, 각 본당 환경분과 조직 활성화, 하늘·땅·물·벗 정신을 토대로 한 본당 사도직단체 조직 등을 실천할 수 있 을 것이다. 회칙 「찬미받으소서」에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우리 공동의 집, 통합생태론 등이 큰 주제다. 건전지를 아 무 곳에나 버리면 건전지에서 발생되는 수은을 물고기 등 생물이 먹는다. 그 생 물은 다시 우리 식탁 위에 올라 우리 몸 으로 들어온다. 간단한 예로 통합생태론 을 이해할 수 있다. 생태적 세계관은 세상 만물이 근원적 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과 함께 하나의 개 체마다 모두 고유하고 본질적인 가치가 있음을 인정한다. 유용성의 여부에 따라 폐기되고 대체되는 기계적 세계관과는 다르다. 세상을 하느님의 피조물로 보는 것은 세상을 하느님의 선물로 보는 것이다. 세 상에는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의 질서가 들어있으며 이는 모든 피조물을 지탱하 는 힘의 원천이 된다. 창세기의 주요 모티프인 아담은 흙의 존재이며, 아담과 아담의 협조자 하와는 에덴동산을 일구고 돌본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에 대해 동일 한 관계를 제시 해주는 것이다. 창조설화에 나타난 창조 질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는 존엄과 평등 으로, 인간과 자연 사이는 존중과 돌봄 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드라망은 불교의 세계관을 집약하 는 상징이다. 세상 만물은 개별적으로 존 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서로 연결 돼 있어 서로를 비추고 있는 밀접한 관계 에 있다는 뜻이다. 이 근원적 유대관계를 부인하고 자신의 욕심에 집착하는 것이 타인과 자신의 고통의 뿌리며, 이 관계를 깨닫고 그 질서에 따라 사는 것이 바로 해탈이다. 핵발전 문제는 인간과 자연환경이 연 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핵 발전은 자연과 사회 모두에 파괴적인 영 향을 미친다. 핵발전소는 외부 세계와 절 대적으로 분리, 차폐돼야 하지만 서로 연 결된 세상에서 완벽한 분리와 차폐는 불 가능하다. 핵발전이 요구하는 피폭노동 은 결국 사회의 가장 힘없는 이들의 몫으 로 돌아가며,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기 위 한 송전탑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의 삶 이 파괴된다.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법으로까지 보전을 규정한 지역이지만 산에 대한 존중과 돌봄의 정 신은 경제 활성화라는 돈벌이 앞에서 여 지없이 사라져버렸다. 교종은 개인의 깊은 내적 회심, 바로 생태적 회심을 요청한다. 생태적 회심은 생활양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소유의 삶 에서 존재의 삶으로 변화를 일으킨다. 우 리가 직면하는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생태적 회심에서 비롯되는 이웃을 향한 나눔과 배려, 돌봄의 정신이 공적 차원으로 확대, 강화돼야 한다. 주교회의 정평위 환경소위,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 주제 가톨릭에코포럼 열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유흥식 주교) 환경소위원 회가 마련한 제15회 가톨릭 에코포럼의 주제는 지난 6월 반포 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였다. 9월 15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이뤄진 이날 포럼에는 400여 명이 참석할 만큼 성황을 이뤘다. 가톨릭 역 사상 최초로 ‘환경’과 ‘생태’를 주된 내용으로 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회칙의 중요성을 입증하는 자리였다. 유흥식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인류의 잘못된 삶의 방식으 로 인해 야기된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생태 위기의 시대에 반 포하신 회칙이기에 그 의의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께서 이 놀라운 회칙을 통해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당신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계시 기에 이는 새로운 삶을 향한 하느님의 초대”라고 강조했다. 이재돈 신부(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학술소위원회 위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는 ▲유경촌 주교(서울대교 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의 ‘사회교리적 관점에서 본 회 칙 「찬미받으소서」’ ▲조현철 신부(예수회·서강대학교 신학대 학원 교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과 인드라망’ 발제가 이뤄졌다. 발제 요지를 소개한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유경촌 주교 ‘사회교리적 관점에서 본 회칙 「찬미받으소서」’ 발제 요지 조현철 신부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생태론과 인드라망’ 발제 요지 “경제 논리로 파괴된 환경, 인간 생 존 위협 국제 환경협약 마련 등 구체적 행 동 촉구” “세상은 하느님 사랑의 질서로 움직여 욕심에 집착하면 자연·사회 모두 파괴” 인간과 자연 ‘한몸’ 연결 조화로운 관계 유지 당부 ‘즐거운 불편’ 등 노력 강조 “가정은 생태교육 못자리” 만물이 서로 영향끼친다는 ‘통합생태론’이 회칙 큰 주제 핵발전 문제가 대표적 사례 각 개인 ‘생태적 회심’ 필요 발제에 나선 유경촌 주교(오른쪽)와 조현철 신부가 질의응답 시간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는 400여 명이 참석, 교황 생태회칙에 대한 높 은 관심을 드러냈다. 주교회의 정의평화 위원장 유흥식 주 교가 인사말을 하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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