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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7일 주일 10 군인주일 특집 현역 군인들을 주 사목 대상으로 하는 군 종신부들은 군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복 음을 전하기 위해 찾아간다. 육군, 해군, 공 군, 해병대를 막론하고 섬과 고지, 최전방 철 책부터 최후방 제주도까지 군종신부들의 발 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파병 장병들에게도 군종신부들은 달려간다. 오히려 해외 파병 장병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신앙의 필요성은 더 크기 때문에 군종신부의 역할은 해외에 서 보다 빛을 발한다고 볼 수도 있다. 군종신 부들은 현역 군인 신분으로 그들의 해외 파 견은 동시에 파병이기도 하다. 군종교구 사료에 의하면 한국교회에서 군 종신부의 해외 파견 역사는 베트남전 기간 중 김관옥 신부가 1965년 11월~1966년 11월 주월사령부에서 사목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베트남전에 군종신부 파견은 김관옥 신부 이 후 약 2년 동안 중단됐다가 1968년 9월 김용 찬 신부가 다시 주월사령부에 파견되면서 이 어졌다. 그 후로는 1970년 9월 김진호 신부가 베트남 주둔 청룡부대에 마지막으로 파견돼 1972년 2월까지 전장의 한국군 장병들과 생 사고락을 함께하는 동안 군종신부들의 베트 남전 파견이 중단된 적이 없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군종신부는 모두 30명 으로 소속부대는 주월사령부, 맹호부대, 백 마부대, 십자성부대, 청룡부대 등이었다. 이 가운데 김관옥·김용찬·조덕현·김계춘 신부 등은 월남명예훈장을 받기도 했다. 베트남전 파견 신부 중에는 1968년 7월~1969년 7월까 지 맹호부대에서 사목한 후 1985년 대령으로 예편해 초대 군종교구장(1989~1999년)을 지 낸 정명조 주교가 눈에 띈다. 이후 1999년 9월~2002년 10월 동티모르 평 화유지군 상록수부대에 서상범 신부(군종교 구 총대리), 임성호 신부(육군본부) 등 6명이 파견되면서 군종신부의 해외파견 역사가 이 어진다. 이들 6명의 신부들은 동티모르에서 군 장병은 물론 현지 신자들을 위한 미사 봉 헌과 교회 재건을 위한 물적 지원에 앞장서 동티모르 교회와 한국교회는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군종교구장 유수 일 주교가 동티모르를 사목방문해 수도 딜 리교구장 리카르도 다 실바 주교를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실바 주교는 “과거 한국군 과 한국교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동 티모르 교회가 지금처럼 발전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라크 평화재건사단 자이툰부대에는 2004년 8월 1진 현광섭 신부(군종교구 태극 본당 주임) 파견부터 2008년 5월 8진 김재호 신부(대구 대교구)까지 모두 8명의 신부들이 혼란에 빠진 이라크의 평화 정착을 위해 헌 신했다. 2009년 7월에는 김상현 신부(군종교구 무 열대본당 주임)가 레바논에서 유엔평화유지 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명부대에 첫 파견 된 후 올해 4월 유현상 신부가 파견돼 현재 까지 임무를 수행하는 등 모두 4명의 신부가 동명부대의 신앙전력 강화에 밑거름을 마련 해오고 있다. 소말리아 아덴만 해적 소탕 임무를 수행 하는 청해부대에는 2009년 10월 이창주 신부 (부산교구)가 첫 파견돼 2010년 5월까지 사 목했다. 김광수 신부(군종교구 해병중앙본당 주임)는 5년 만인 올 6월 청해부대에 파견돼 올 12월까지 충무공 이순신함 군종참모로 봉직하게 된다. 김 신부는 출항을 앞두고 “만 일의 교전상황이 발생해도 승조원들 곁을 지 키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이태석 신부가 의료봉사를 펼친 곳으로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친숙한 남수단 한빛부 대에는 이종덕 신부(군종교구 전승본당 주 임)가 파견돼 지난해 2~10월까지 남수단 내 전의 상처 치유에 힘을 보탰다. 해외파병과는 다르지만 군종교구 해군사 관학교본당 주임신부는 매해 해사 4학년 생 도들이 장교 임관을 앞두고 130여 일간 떠나 는 전 세계 순항훈련에 동행해 미사와 세례 성사를 집전하고 신앙상담도 하고 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1965년 베트남전 첫 파견… 동티모르·이 라크 등서 활동 군종신부 해외 파병 역사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5시, 군종교구 유현상 신부의 일과가 시작된다. 새벽미사를 드 리기 위해 제의를 갖춰 입는 것이 아니라 절도 있게 군복을 입고 손수 커피와 녹차를 탄다. 사 탕도 듬뿍 챙긴다. 레바논에서 유엔 평화유지군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명부대 16진 장병들을 위 문하기 위해서다. 초소와 위병소 근무자들, 정 찰팀원들은 어둠을 뚫고 다가오는 유 신부가 반 갑기만 하다. 이른 새벽 건네는 따뜻한 차 한 잔 과 사탕 한 알, 위로의 말 한마디에서 하루를 살 아갈 힘이 나온다. 유 신부와 마주치는 장병들 마다 잠시 긴장을 풀고 “신부님, 감사합니다!”라 고 인사를 건넨다. 유 신부는 올 4월 7일 한국에서 비행기로 12 시간이나 걸리는 이역만리 레바논 동명부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신부들 가운데서도 군 종신부의 삶은 하고 싶어서 하고 하기 싫어서 안 하는 임무는 없습니다. 레바논 동명부대 역 시 저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일념에서 오게 됐습니다.” 유 신부는 ‘레바논 파병도 한 번쯤은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군종교구장 유수일 주교로부터 동명부대에서 사목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단번에 “알겠습니다. 감사합니 다”라고 답한 유 신부는 올 2월 초 2주간 평화 유지군(PKO) 교육을 받기 시작해 3월에는 파 병 준비단에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군종 신부로서의 직무는 물론 전투부대인 동명부대 구성원이 되기 위한 군사교육도 받았다. “동명부대는 2007년 7월 레바논에 파병된 후 지금까지 8년 동안 남부 레바논 티르 지역에서 불법 무장세력의 활동을 억제하고 불법무기 반 입을 통제하는 감시와 정찰활동을 실시하고 있 습니다. 저도 군종신부이자 군인으로 매주 수요 일마다 책임지역 내에 불법 무장세력과 무기 반 입을 차단하는 고정감시 작전에 투입됩니다.” 유 신부와 함께 작전 수행을 하는 장병들은 천주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 진한 동료애와 형제애를 나눈다. “초소에서 장병들과 나란히 경계 근무를 서면서 한 명 한 명씩 면담 과 고충상담을 하고 격려를 하다보면 사제인 나 를 필요로 하는 장병들이 이 먼 곳에도 있다는 사실에서 군종신부의 사명감을 다시금 깨닫곤 합니다.” 매일 오후 부대원들과 부대 안 울타리를 따 라 10km가량 걷기 운동을 하고 저녁에는 테니 스를 치는 것도 체력 단련을 넘어 부대원들과 끈끈한 친화력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동명부대 성당에서는 매주 주일 오전 10시30 분과 수요일 오후 7시30분에 미사를 봉헌한다. 미사 참례 인원은 15명이 약간 넘는 정도다. 전 체 부대원 300여 명에 비하면 천주교 신자 장병 은 적은 편이다. 10월부터는 동명부대 작전지역 안에 있는 가톨릭계 카드무스학교 가톨릭 학생, 교직원들과 연합 미사를 자주 봉헌할 계획이다. “현재 동명부대에 군종장교는 저만 파견돼 있습니다. 개신교 신자들은 레바논 현지 한국 인 선교사 목사님과 함께 주일과 수요일에 부대 에서 예배를 드리고 불교 신자들은 법사가 없어 불당에서 스스로 예불을 드립니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 인 데다 군부대라는 특성상 고충도 많다. “「매 일미사」 책을 서울 군종교구청에서 매달 소포 로 보내주는데 한 달 정도 기다려야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매일미사」의 절반은 이미 지난 내 용이 돼버리지요. 그래서 인터넷을 이용해 독서 와 전례문 등을 출력해 참고합니다만 이마저도 인터넷 속도가 워낙 느려서 인내심을 갖고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명부대에 파견된 지 이제 다섯 달이 넘었 고 12월 중순 파견 기간이 끝나면 한국에 돌아 온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레바논의 기후는 유 신부에게도 뚜렷한 인상을 남겨줬다. “4월에 레 바논에 와서 9월까지 여름을 나면서 비가 오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4~9월까지 뜨겁고 건조한 여름을 나면 비와 우박이 자주 내리는 겨울이 온다고 합니다. 겨울 날씨가 기대됩니다.” 이국적인 날씨만큼이나 동명부대원에게 레 바논은 낯선 나라일 수 있다. 그러나 유 신부 는 동명부대가 레바논에서 ‘진정한 친구이자 가 족’,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극찬을 듣고 있다고 소개했다. “동명부대는 전투 작전과 별도로 현 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지원 활동, 한글·태 권도 교실 운영 등의 인도적 민군작전을 시행하 며 레바논 주민들의 ‘친한화’에도 톡톡히 기여하 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맞이하는 군인주일에 동명부대 장 병들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유 신부는 고민 중 이다. 공교롭게도 10월 4일 카드무스학교 학생 들이 동명부대를 방문해 부대 장병들과 함께 군일주일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유 신부는 “동생 같은 학생들과 함께 드리는 미사가 동명 부대 신자 장병들에게 의미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국군의 날과 군인주일을 기념해 부대원 전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유 신부는 해외 파병 장병들을 위해 가톨릭 신자들이 우선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저도 군인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우리나라 군 인들은 정말 힘든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외국 의 다른 군인들과 비교해도 그렇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비교해도 그렇습니다. 나라를 위 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군인들에게 진심 어린 격 려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동명부대에 와서 장병들을 위하는 사제의 마음을 새롭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사진 유현상 신부 제공 레바논에서 유엔평화유지군으로 임무 수행 중인 동명부대 장병들과 함께한 유현상 신부(왼쪽에서 다섯 번째). 사탕 한 알, 위로의 말 한마디에 장병들 ‘힘이 불끈’ 레바논 동명부대서 사목 펼치는 유현상 신부 진한 동료애·형제애 함께 나누며 이역만리 타국에서 부대원 격려 주민 의료지원·태권도 교실 등 인도적 활동으로 평화 정착 기여 “군종신부 사명 다시금 깨달아” 유현상 신부(오른쪽)가 이른 새벽 차와 커피를 장병들 에게 나눠주고 있다. 유현상 신부(오른쪽)가 작전에 투입되는 동명부대 장 병들 안전을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 동명(東明)부대는 2007년 6월 창설돼 그 해 7월 레바논에 파견된 유엔(UN) 평화유 지군 소속 부대다. ‘동명’은 ‘레바논의 동쪽 에서 온 밝은 빛’이라는 뜻으로 레바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동방에서 온 부대를 상징한다. 레바논 유엔 평화유지군은 1976년에 일 어난 레바논 내전을 진정시키려는 목적으 로 1978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이때 병력 규모는 3000여 명 정도였다가 2006년 이스 라엘과 헤즈볼라 사이의 무력 충돌로 민간 인 1000여 명이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유엔은 평화유지군 규모를 1만5000명 선으 로 증강시켰다. 이 과정에서 유엔은 회원국 에 병력 지원을 요청했고 대한민국도 2006 년 11월 국무회의 의결과 12월 국회 동의를 거쳐 이듬해 6월 350명 규모의 동명부대를 창설, 레바논에 파병하게 됐다. 동명부대는 대한민국이 외국에 파견한 평화유지군으로는 다섯 번째 부대이면서 전투부대로는 동티모르 상록수부대에 이 어 두 번째다. 현재 레바논 동명부대는 16 진이 활동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유엔 평 화유지군 파병 역사상 최장기 파병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다. 동명부대 지휘관은 육군 대령이 맡고 있 으며 부대원은 특전사, 공병, 통신, 의무, 헌병, 수송, 정비 등의 주특기로 구성돼 있 다. 평화유지 활동 이외에 지역민을 위한 의료봉사와 태권도 보급 등 국위선양에도 힘을 기울인다. 박지순 기자 한국군 파병 지역서 활동 펼치며 상처 치유·현지 교회 재건 힘 보태 ■ 레바논 동명부대는… 2005년 4월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가 군종교구 장 재임 당시 이라크 자이툰부대 파병 환송미사에 서 파병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3월 25일 인천 계양구 국제평화지원단에서 봉헌된 유현상 신부(왼쪽에서 두 번째) 동명부대 파견미사. 6월 19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군종교구장 유 수일 주교(앞줄 가운데)가 청해부대에 파견된 군종 참모 김광수 신부(유 주교 왼쪽) 등과 함께 기념사진 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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