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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andscape 1 죽녹원 2003년에 조성된 대나무숲으로 , 죽마고우길 · 운수대통길 등 죽림욕 산책로 8 길 과 생태전시관 , 정자 및 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는 9 월에는 ‘세계대나무 박람회’가 이곳에서 열린다. 抱 - 군자의 길을 품다 죽녹원으로 향합니다 . 예부터 대나무 천지였고 대나무 가 산업의 중심이었던 담양에 2003 년 조성된 31 만 제 곱미터의 장대한 대나무숲입니다 . 들어서는 순간 수많 은 대나무들은 나그네 등 뒤의 문을 살며시 닫아줍니 다 . 빽빽한 대나무들로 인해 빛도, 소리도 차단되는 그 곳에서 무겁게 들고 있던 시름과 욕심을 내려놓고 갈 수 있도록 가만히 고요의 세계를 펼쳐놓습니다 . 살랑이는 바람에 댓잎이 흔들리는 순간이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 는 황홀한 소리가 산책로를 감쌉니다 . 대나무의 상성은 예부터 군자가 배워야 할 바를 담고 있다고 여겨졌습니 다 . 당나라 시인이었던 백거이( 白居易 )는 양죽기(養竹 記) 에서 “군자는 대나무의 단단한 뿌리로부터 훌륭한 덕을 배우고 그 곧은 줄기로부터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 는 성정을 배우며, 그 텅 빈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비우 고 남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생각하고, 그 마디로부터 곧은 길에서나 험난한 길에서나 한결같은 절개를 생각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 물론 쉬운 일이 아닐 테지요. 그 러나 여러 갈래로 난 죽녹원의 산책길은 우리의 마음 이 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기에는 충분 합니다 . 눈살을 찌푸릴 일도 있습니다 . 산책길과 인접한 대나무들의 몸통에는 수없이 많은 상처들이 있습니다 . ‘누구야 사랑해’ ‘누구 왔다 감’ 류를 패어 놓은 기명( 記 名 ) 낙서를 보면 그 치기 어린 무례함에 기가 질립니다 . 인터넷에 ‘댓글’을 달 듯 가볍게 발자국을 남긴 것인지, 상처를 주어도 소리 내지 않는 상대를 만만하게 본 것인 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해두었으니 자신도 한 일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 다른 생명의 아픔을 상상하지 못하는 공감 정신의 부재가 아찔하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