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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김성근입니다 . 반갑습니다 . 올해 한화이글스가 여러분들이 기대하신 만큼의 성 적을 거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여 러분께서 큰 성원을 보내주신 것만큼은 틀림없습 니다 .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제가 감독생활을 28 살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해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를 통해 느낀 몇 가지를 말씀 드려 볼까 합니다 . 보통 밖에서 저를 보고 굉장히 냉정하고 비정하다고 합니다 . 하지만 저는 사실 정에 약한 사람입니다 .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선수 들과 가깝게 지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공과 사가 흐트러지기 쉽기 때문이죠. 이렇게까지 하 는 이유는 리더로서 반드시 성과를 내기 위해서 입니다 . 리더는 늘 스스로 누군지 기억하며 자신 의 위치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저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제 자리를 지키려고 노 력하기보다 조직을 위해 더욱 집중했던 나날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리더가 먼저 스스로 강해지 지 않으면 성과가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어 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하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 특히, 일부 몇몇 리더들은 일정 수준의 한계치가 있는 구성원에게 처음부터 많은 것을 원하기도 합니다 . 그러다 그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이 사람은 못쓴다” “재능이 없다”고 해요. 하지만 구성원이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에요. 리더가 잘 이렇게 강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 처음 한화이글스 감독을 맡아 오키 나와 캠프에 갔을 때였습니다 . 사실 가는 동안 조 금 막막했습니다 . 부상자가 24명이었거든요. 하 지만 리더라면 이 순간에 , ‘부상자 24명과 함께 어 떻게 야구를 하나’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 ‘이 현 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느냐’ ‘어떻게 이 팀을 살 리느냐’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 ‘선수가 없 다’는 핑계를 둘러대며 불평만 하는 리더는 지도 자로서 자격이 없습니다 . 어떻게든 있는 선수들 의 능력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 그래서 저는 2 군 , 3 군 선수들과도 많이 연습했습니다 . 팀을 위해 스 스로를 단련시켰어요. 사실 감독 생활을 하면서 그런 캠프는 처음이었습니다( 웃음 ). 하지만 스스 로를 강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야 선수들도 강해 질 수 있다고 믿었거든요. 오키나와 캠프 때 어느 날은 우리가 리드하며 이기고 있다가 역전패 당한 경기가 있었어요. 그 순간 바로 선수들의 표정을 살펴봤습니다 . ‘끝났구나’ ‘또 졌구나’ 하는 모습이 었어요. 그 순간 ‘안 되겠다’ 싶었죠. 그때부터 선 수들에게 수도 없이 정신력을 강조했습니다 . 승리 에 대한 열망을 심어 준 것이죠. 그러자 며칠 후 열 린 경기에서는 8 회말에 역전해 결국 이기는 경기 를 했습니다 . 그 날이 분기점이 아니었나 싶습니 다 . 선수들 의식이 변화하기 시작했거든요. 승부 에 대한 의식이 바뀐 것입니다 . 선수들 한 명 한 명 의 패배의식을 승리의 발상으로 바꾸니 팀은 조 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 김성근 감독 1942 년생.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투수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1969 년 마산상고 야구부의 감독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후 1984 년부터 OB 베어스, 태평양 돌핀스, 삼성 라이온스, LG 트윈스 , SK 와이번스 등 프로야구팀의 감독직을 두루 거쳤다 . 2002 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이어 2007년 , 2008년 , 2010 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2014년 한화이글스의 감독으로 전격 발탁되어 2015년 마운드를 ‘한화 극장’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 냉정하고 비정한 리더의 길을 택하다 구성원의 재능은 리더가 만들어 나간다 ‘진심’이 통하자 하나 둘 변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