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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나 좋을까 그땐 일본 제국주의 사슬에서 벗어나려고 이천만이 한 마음이었거든 한 마음 그래 그 한 마음으로 우리 선조들은 당나라 백만 대군을 물리쳤잖아 아 그 한 마음으로 칠천만이 한겨레라는 걸 확인할 참이라고 오가는 눈길에서 화끈하는 숨결에서 말이야 아마도 서로 부둥켜 안고 평양 거리를 뒹굴겠지 사십 사 년이나 억울하게도 서로 눈을 흘기며 부끄럽게도 부끄럽게도 서로 찔러 죽이면서 괴뢰니 주구니 하며 원수가 되어 대립하던 사상이니 이념이니 제도니 하던 신주단지들을 부수어버리면서 말이야 뱃속 편한 소리 하고 있구만 누가 자넬 평양에 가게 한대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다구 객쩍은 소리 하지 말라구 난 지금 역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야 역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산다는 것 말이야 된다는 일 하라는 일을 순순히 하고는 충성을 맹세하고 목을 내대고 수행하고는 훈장이나 타는 일인 줄 아는가 아니라구 그게 아니라구 역사를 산다는 건 말이야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뒤바꾸는 일이라구 하늘을 땅으로 땅을 하늘로 뒤엎는 일이라구 맨발로 바위를 걷어차 무너뜨리고 그 속에 묻히는 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