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page


49page

다음은 2001년 8월 9일 오마이뉴스에 나왔던 기사이다. "한국 양심의 대명사 장준하 선생님의 어록비 옮겨 놓자" 통일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의 경계 부분에 방호벽이 설치되어 있다. 이 방호벽은 약 30여m를 사이에 두고 2중으로 설치되어 있고, 이 두 겹의 방호벽 사이는 농작물도 심지 않은 잡초만 우거진 곳이 있다. 바로 이 잡초 수풀 사이에 장준하 선생의 어록비가 초라하게 서 있다. 서울에서 문산을 향하여 가다가 첫 번째 방호벽을 지나자 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꺾어 풀밭으로 들어가서 약 15m 쯤의 거리에 우리 나라 민주 항쟁의 산 역사요 살아있는 지성으로 존경을 받았던 장준하 선생님의 어록비가 군사시설인 방호벽 밑의 구석진 곳에 잡초 속에 외로이 서있다. 보통은 여기에 그런 것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나다니기 마련이다. 다만 이 어록비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간신히 '저게 어록비 인데...' 하고 지나치면서 한 번이라도 눈길을 줄 수 있는 그런 외진 곳에 처박혀 있는 것이다. 1960년대 군사정권 하에서 민주화를 외치면서 군사 독재에 대항하여 싸우시던 장준하 선생은 우선 그 당시에 지성인 징표처럼 여겨지던 '사상계'를 발간하셨던 분이다. 지금도 우리 나라 정 관계의 요직에 계시는 분들 중에서 '사상계'와 인연을 가진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특히 정계에 인정을 받고 계시는 중진, 원로 중에서 당시 사상계의 필자나 기자 생활을 하시던 분들이 여러분인 줄 알고 있다. 이런 분의 어록비는 이렇게 풀숲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은 곳에 있는데, 어록비에서 약 200 여m 더 가면 통일로 변의 장곡리 공원에는 제법 많은 기념비와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해병대, 새마을, 무슨 기념비 등등 그렇지만 이 공원의 중심쯤에 자리 잡았어야 할 장준하 선생의 어록비는 생전에 투쟁의 대상이었던 군사 정권의 그늘에서 그들이 정치 권력을 잡고 있던 시절에 장곡리 공원 안에 세우려다가 허가가 되지 않아서 이렇게 외지고 찾는 이 없는 쓸쓸한 곳에 외로이 자리 잡게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