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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은 한글이다 빗소리에도 모국어가 있다. 북촌에서 빗소리는 한글 자음으로 떨어진다. 정세권이 북촌 조선집 지붕에 함석을 붙인 까닭이다. 백 년 동안 빗소리는 처마 끝에서 중얼거린다. 북촌은 한글이다. 익선동 가회동 계동에 조선집을 지어 벌어들인 돈을 정세권은 조선말을 지키고 다듬는 데 바쳤다. 한옥은 한글이다. 북촌에서 눈은 가갸거겨 내린다. 바람도 조선말로 불고 안개 는개도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를 지날 때는 ㅁ자 지붕마다 한글로 배우고 간다. ㄱ자 담장 옆으로 끼고 가다 ㄹ자로 꺾어 오르는 돌층계 저편 옛 궁궐 너머로 ㅇ자 달이 떠오는 북촌 골목에는 모국어들이 모여 산다. 북촌은 마디마디 한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