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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주택은 거실을 지면에서 6척(약 1.8m) 높이로 지어 습도 조절이 잘 되었다. 다양한 문과 창을 활용해 채광과 보온 또한 확보했다. 수도시설과 하수구, 세탁장과 온돌이 설치된 부엌 등은 집 안으로 들여와 위생적이었다. 대략 이 시기에 함석 처마가 등장했다. 이는 지붕과 서까래 길이를 줄여서 건축 비용을 낮추되 좁은 마당을 비를 맞지 않고 생활공간으로 쓸 수 있게 하는 탁월한 발상이었다. 한옥에서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건 이 덕분이다. 식민지 서울 시민들은 다투어 도시형 한옥으로 찾아들었다. 정세권이 이룩해낸 조선집 단지 건축사업은 민족기업으로써 성공이자 동시에 한국인이 민족적 삶으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