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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고전문학 읽기 북클럽 운영의 의의와 과제 ∙ 129 2.4 실제 모임은 어떻게 진행했는가 매 모임에 발제자를 선정하고, 그 날의 모임은 발제자가 진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모임 첫 날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전체 목록을 함께 확인하고 자신이 원하는 책을 선택해서 발제 순서를 정하였다. 발제자의 역할은 참여자들이 작품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에 대한 안내와 작품을 읽고 함께 논의하고 싶은 논제를 뽑아 발제문을 만들고 그날의 본격적인 토론을 진행하는 것이다. 일 년 동안 모두 한 번 이상씩 발제를 해보며 모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조금 더 책임감을 갖게 할 수 있다. 개인의 준비도에 따라 작품 내용에 대한 숙지가 달라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모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음을 인식시켜 주었다. 사정이 생겨 참석이 힘든 경우 다른 참여자와 순서를 바꾸든지 , 담당 사서에게 발제문이라도 메일로 보내게 하여 어떤 식으로 든 발제를 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2013년에는 모임을 시작하며 ‘북클럽 활동을 위해 함께 지켜야 할 우리의 약속’ 한 가지씩을 제안하 고 공유하며 동의를 구한 후 북클럽 규칙 10)으로 정하였는데, 그 중에 발제자의 권력을 준수할 것도 있었다. 이는 모임을 진행할 때 발제문을 읽게 하거나, 발표 순서를 지정할 때 순순히 응할 것을 의미한다. 참여자들의 학년이 섞여 있고, 매 모임마다 발제자는 바뀌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은근히 건강한 긴장감을 더하며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담당 사서의 역할은 조금 더 포괄적이다. 발제자가 만들어 온 발제문을 복사해서 배포하는 기본적 인 준비부터, 그 날 모임에 대한 전체적인 보조와 적절한 개입을 통해 책을 못 읽어온 참여자들까지 배제되지 않도록 전체 흐름을 조율한다 . 발제자의 성향이나 스타일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세심하게 분위기를 살펴 대응한다. 발제자가 기본적인 작가 일대기에 대한 조사는 해 오더라도, 그 작가가 살았 던 시대상황이나 문화적인 배경, 작품이 나왔을 당시의 반응과 현재의 일반적인 평가 등을 보충하여 작품을 둘러싼 맥락을 짚어 준다. 그 밖에도 작품을 원작으로 한 새로운 창작물이나, 함께 읽으면 좋을 그림책이나 읽기 자료 등을 소개하여 인상적으로 작품을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발제자가 미처 다루지 못한 논제가 있다면 추가적으로 제시하여 함께 토론하고, 상황에 따라 예전 시간에 다루 었던 작품과 연관을 지어보기도 한다 . 매 시간마다 매 작품에 대해서 공통적으로 던지는 물음도 있다. 토론할 작품의 다양한 번역과 출판 사는 지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책을 읽어온 참가자들끼리 어떤 점에서 어떤 책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한다 . 또, 언제나 마지막에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이 작품은 읽을 만한 것인지, 앞으로도 읽기 권할만한지 스스로의 관점으로 평가해볼 것을 권한다. 10) 사서가 일방적으로 규칙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이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규칙이라 더 의미가 깊다. 발제자 권한 준수 외에도 발제 순서일 때 빠지지 않기, 책 잘 읽어오기, 시간 맞춰 오기,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들어주고 토론에 잘 참여하기, 떠들지 말기 등이 규칙으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