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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통제라! 기억하지 못하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해방정국의 혼란기에 빚어진 제주 4.3으로 제주도민들은 엄청난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재산 손실을 입었다. 그런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살리려 했던 의인이 있었으니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무자년 제주 4.3 광풍이 불어 닥치고 제주도 곳곳마다 상황이 더욱 험학해질 당시, 토벌대는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잡아다 총살을 시켰다. 11월이 접어든 어느날 토벌대는 함덕리 주민들을 마을 모래밭에 집결시켰으며 그중에서 마을 청년들을 끌어내어 앞으로 폭도와 연락하거나 식량을 제공한 사람은 죽음을 각오하라며 처형을 시키려 했다. 여기에 두 분의 의인이 있었으니 당시 마을 이장이셨던 한백흥(韓伯興)과 마을유지였던 송정옥(宋精玉)이 나서서, 청년들의 신원을 보증할테니 죽이지 말라며 그 상황에 앞장서서 그들의 만행을 만류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후배들을 사랑하고 불의에 저항하는 용기였는가. 그러나 토벌대는 두 분을 포함하여 청년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말았다. 이후 사태가 악화되자 마을 청년들은 은신처를 마련해 숨어 지냈고 입산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났다. 아아, 60여년 세월이 흘러 우리 마을주민들은 두 분의 그 깊은 뜻을 헤아리면서 여기에 정성을 한데 모아 기념비를 세우나니 미래의 후손들이 마을 발전에 항상 헌신하기를 바랄뿐이다. 2010년 1월 일 함덕리민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