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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께 아룁니다. 봄이 화창하여 따뜻해지고 맑은 기운이 펴지는 때에 살피지 못하였사온데 몸과 마음이 건강하시오며 가내가 한결같으며 큰 집, 작은 집도 모두 평온사신지요? 삼가 사모하는 마음 가누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위장병이 다소 그쳐서 평소처럼 음식을 먹고 있습니다. 이달 16일 배에 귀양을 풀어준다는 공문이 비로소 들어왔는데 반신반의하던 터에 더욱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일은 한차계의 파란이 없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두려울 뿐입니다. 약간의 옷가지는 세탁을 하려하고 있으니, 세탁이 끝나면 즉시 배를 타기 위해 순풍을 기다리 곳으로 가서 다음달 안으로 들어갈 계획입니다. 그러나 결코 인력으로 할 수 없는 것이니 미리 장담할 수 없습니다. 임금께 바치는 특산물을 호송하는 관리가 먼저 출발할 듯 하므로 잠시 안부를 여쭙습니다. 지난번 아울러 동봉하여 올리고 갖추지 못합니다.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을해년 3월 22일 아들 익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