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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께 아룁니다. 올해도 스무날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 곳 추운 객지에서 어떻게 해야 마음이 상쾌해질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목사와 막중의 여러 사람들이 이따금 술과 안주를 갖고 찾아와 위로해 주어 참으로 고맙게 받고는 있으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무 몰염치한 일이고 또 마음도 편치 않아 한 집안 식구들과 그 맛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이 아이가 행장을 꾸린 지 벌써 오래되었으나 한 번의 순픙이 애태없어 아직도 이 곳에 지체하고 있습니다. 생각건대, 이 아이를 기다리느라 한 가지 근심을 더하시어 잠자리와 음식이 편치 않으실 것입니다. 이 웅담 1돈은 매우 좋은 것이라 하니, 시험삼아 써보시기 삼가 바랍니다. 새 책력 두 권을 부쳐 올리빈다. 갖추지 못합니다.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글을 올립니다. 갑술년 섣달 11일 아들 익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