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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관아에 서울에서 온 죄인을 압송하는 관리가 두 세명은 있을 텐데 아무런 동정이 없으니, 소식을 듣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달도 이미 열흘이 지났습니다. 삼가 살피지 못하였사온데, 내내 건강하시고 가내 두루 평안하온지요? 그립고 그립습니다. 저는 날마다 목사의 관대한 위로를 받고 있으며, 섬 안의 풍속 또한 순박하여 모두들 돌보아 주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의 가치도 없는 제가 어떻게 황량한 바다 외딴 지경에서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운수가 나빠서 삼읍의 농우가 전염병으로 거의 죽어가고 있는데다가 정원 보름 이후로 내리는 비가 장맛비가 되어 지금까지 개이지 않고 있어 보리와 밀이 썩어 문드러져 백성들이 울부짖고 있으니 이것이 매우 민망한 일입니다. 원보와 맹우가 지난달 20일 장성을 지날 때 부친 편지를 사흘 전에 받아 보니, 돈을 새로이 혁파하라는 명이 있어 지니고 있는 노잣돈이 쓸모없게 되어 인가만 있으면 아무데서나 사정을 하고 투숙해야 할 형편이라고 합니다. 사방이 모두 서름서름한 처지에 어떻게 잘 지내는지 알지 못하여 매우 근심이 됩니다. 다른 내용은 먼저 번 편지에 적혀 있습니다. 갖추지 못합니다.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갑술년 2월 10일 아들 익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