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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암과 편지, 그리고 한라산 Myeonam's Letter and Mountain Halla 최익현은 유배시절 가족들에게 편지를 자주 썼다. 편지 내용의 대부분은 집안 걱정이었다. 가족의 안부를 묻고 자신의 생활을 전하는 그의 편지는 가장으로서 멀리 떨어져 있는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묻어난다. 그는 편지에 자신의 소소한 유배생활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습한 기후 때문에 병으로 고생하는 이야기. 제주목사의 도움으로 편히 지내는 이야기, 송시열의 글을 읽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사실들, 제주사람들과 교류하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어 유배 당시 최익현의 심정과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최익현은 1875년 3월, 제주에 온지 1년 3개월 만에 유배에서 풀려 자유의 몸이 된다. 그는 곧바로 돌아가지 않고 한라산을 오른다. "내가 제주에 있을 때는 한라산을 보았고 장성을 지날 적에는 기정진을 뵈었다"고 할 만큼 한라산의 경험은 그에게 평생의 큰 추억이었다. 최익현은 이 때의 경험을 소상히 기록해 〈유한라산기〉를 남겼다. 이를 토대로 최익현의 2박 3일 간의 등반 코스를 되짚어 볼 수 있다. 기록된 내용을 살펴보면 최익현은 제주성 남문에서 출발하여 방선문을 거쳐 지금의 관음사코스인 탐라계곡→개미목→삼각봉→용진각으로 하여 백록담까지 올랐다가 영실코스를 타고 내려오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라산을 오르면서 방선문 계곡과 백록담, 영실계곡, 오백장군 등을 구경한 소감을 기록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