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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에서 벗어난 만덕은 건입포구에 객주집을 차리게 되었다. 제주는 육지상선이 곡식이나 각종상품을 싣고 들어와 물건을 수집해 내다 파는 무역이 성행하던 때였는데, 만덕은 특유의 상술과 검소한 생활로 큰 재산을 모았다. 1792년(정조 16)에 시작된 흉년은 홍수, 가뭄, 태풍으로 이어지면서 1795년까지 계속되었는데 특히 1794년 갑인년에 절정에 달해 조정에서 진휼곡을 실어 나르고 어사를 파견하였으나 기민 구제에는 역부족이었다. 1795년(정조 19) 이 처럼 극한 상황이 계속되고 기민구제의 길이 막히자 만덕은 마침내 자신이 평생을 두고 모은 전재산을 바쳐 일 천금을 마련하고 육지에서 곡식을 사들여 굶주리는 백성을 구휼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