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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문(檄文) 사람에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소중한 것을 나라의 은혜에 대한 충성이요, 부모에 대한 효도이다. 만약 자식된 자로서 부모의 곤궁함을 구하지 못한다면 불효가 되는 것이요, 나라의 위급함을 걱정하여 나서지 않는다면 이는 불충이 되는 것이니, 이는 비록 사람이라 하더라도 금수(禽獸)와 다를 바가 없다.지금 교활한 왜적(倭賊)이 병자년(1876, 고종 13) 수호조규(修好條規) 이래 나라의 주권을 강탈하려 하고 있다. 이제 왜적의 무리가 우리 강산을 짓밟고 있으니 그대로 두면 이 강산을 송두리째 삼킬 것이요, 우리는 왜적의 노예가 될 것이니 이 어찌 좌시할 수 있으랴! 오호라! 천도(天道)가 무심하리오. 경향(京鄕) 각지에서 충의지사(忠義志士)들은 국권수호를 위하여 총궐기하였다. 이에 우리 제주도민도 진충보국(盡忠報國)하고, 자손 만대에 선롱(先壟)을 지키게 할 때가 왔다. 피끓는 충의지사여, 죽음으로써 왜적을 격퇴하고 국권을 회복하여 성은에 보답할 자는 의성(義聲)으로 합창하여 생사를 같이하자. 열혈의 충의용사는 팔뚝을 걷어붙이고 총궐기하라. 의병장(義兵將) 고승천(高承天) 의병장(義兵將) 이중심(李中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