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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문(참회와 사죄의 글) 우리 조동종은 명치유신이후 태평양 전쟁 패전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서 해외포교라는 미명하에 당시의 정치권력이 자행한 아시아 지배야욕에 가담하거나 영합하여 수많은 아시아인들의 인권을 침해해 왔다. 또한 탈아인구를 내세워 아사이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멸시하였으며 일본 국채와 불교에 대한 우월의식에서 일본문화를 강요하여 민족적 자긍심과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해 왔다. 게다가 불교적 교의에도 어긋나는 이런 행동들은 석가모니세존과 삼국전등의 역대 조사의 이름을 빌어 행해왔던 것이다. 참으로 바끄러운 행위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거 해외포교의 역사속에 범해왔던 중대한 과실을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아시아인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며 참회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 해외 포교에 종사했던 사람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일본의 침략에 박수갈채를 보내고 그것을 정당화했던 종문 전체가 책임져야 할 문제인것이다.(중략) 생각해 보건대 불교에서는 모든 인간이 불자로서 평등해야하고 어떤 이유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훼손되어서는 안 될 존엄성을 지닌 존재라 말한다. 그런데도 석가모지 세존의 법맥을 잇는 것을 신앙의 목표로 삼는 우리종문은 여러 아시아 민족침략의 전쟁에 대해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긍정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특히 한반도에서 일본은 명성황후 시해라는 폭거를 범했으면 조선을 종속시키려 했고 결국 한국을 강점함으로써 하나의 국가와 민족을 말살해 버렸는데, 우리 종문은 그 첨병이 되어 한민족의 일본 동화를 책동하고 황민화정책을 주진하는 담당자가 되었다. 사람이 사람으로 존재할때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귀속할 곳을 찾기 마련이다. 가족, 언어, 민족, 국가, 국토, 문화, 신앙등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보장받았을 때 비로소 사람은 안식을 얻는다. 정체성 보존은 사람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황민화정책은 한민족의 국가와 언어를 빼앗았으며 창씨개명이라 칭하여 민족문화에 기반을 둔 개인의 이름까지도 뺴앗아 버렸다. 조동종을 비롯한 일본의 종교는 종교의 이름으로 그러한 만행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한 중국등지에서는 종문이 침략하에 놓인 민중에 대한 선무공작을 담당했으며 그 중에는 자긴해서 특무기관에 접촉 첩보활동을 행한 승려조차 있었다. 불법을 국가정책이라는 세속적 법률에 예속시키고 나아가 타민족의 존엄성과 정체성을 침탈하는 두 가지 잘못을 함께 범한 것이다. 우리는 맹세한다. 두번다시 잘못을 범하지 않겠다고. 사람은 누구든지 다름사람에게 침범을 탕하거나 박해를 받아서는 안된다. 사람은 누구도 대신 할수없는 조재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든 민족이든 마찬가이다(중략) 설령 제 아무리 아름다운 장식을 하더라도 또 제 아무리 완벽한 이론으로 무장해 나타나더라도 어떤 하나의 사상혹은 신앙이 다른 존재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다른 존재와의 공생을 거부한다면 우리는 함께 가지 않을것이다. 오히려 그러한 사상과 신앙을 거부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 인간생명의 존엄성은 사상이나 신앙을 초월해 훨씬 엄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다시 한번 맹세한다. 두번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그리고 과거 일본의 억압때문에 고통을 받은 아시아 사람들에게 깊이 사좌하면서 권력에 편승하여 가해자 입장에서 포교했던 조동종 해외 전도의 과오를 진심으로 사죄하는 바이다. 1992년 11월 20일 조동종 종무총장 大竹明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