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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과 성찰을 위한 기록, 친일인명사전 반민특위가 해체된 지 60년만인 2009년 친일인명사전이 출간되었다. 일제 식민통치 압제로 부터 해방된 후 당연히 해결했어야 할 친일청산의 과제를 마침내 시민이 함께 펴낸 '친일인명사전'이라는 이름으로 결실을 맺었다. 일제의 강요에 의한 개항으로 시작한 한국 근대사는 외세의 침탈과 민족의 수난으로 얼룩졌으며, 그 결과 식민지배라는 치욕스런 망국의 기록을 남겼다.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에 따른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지만, 오랜 역사와 고유한 문화 전통에 대한 자부심도 씻기 힘든 손상을 입었다. 따라서 민족사의 굴절과 왜곡의 원인을 밖에서만 찾는 피해자 관점이 지배적인 역사인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외적 원인의 해명에만 치중하고 고백적 자기 성찰에는 소홀하였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자랑스러운 항일투쟁의 역사 이면에 부일협력이라는 치욕스런 과거도 엄연히 존재했다. 이러한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의 역사로 정확히 기록하고 용기 있게 대면하는 것이야말로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