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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으로 보름께 나 되어서 달이 낮 같이 밝은데 은빛 같은 흰 달빛이 방안 절반 가득히 차있었읍니다. 나는 그 흰옷을 입은 어머니가 풍금 앞에 앉아서 고요히 풍금을 타는 것을 보았읍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옷들을 하나씩 하나씩 쓸어보고는 장롱에 넣었읍니다. 그 옷을 다 넣은때 장롱문을 닫고 쇠를 채우고 나를 안고 자리로 돌아왔읍니다.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이 가만히 서 계십니다 사르르 바람이 와서 어머니 모시 치맛자락을 산들산들 흔들어 주었읍니다. 그렇게 산위에 가만히 서있는 어머니는 다른때 보다도 더 한층 이쁘게 보였읍니다. 단편 「사랑 손님과 어머니」 중에서 여심 주요섭 짓고, 일중 김충현 쓰다. 1984년 4월 29일 세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