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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았다가 죽는 것은 판연한 사실이언만 바르게 살기가 극히 어렵고 옳게 죽기 더욱 드문 것이다. 어떻게 하면 바르게 사는 것인가. 의롭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이요. 어떻게 하면 옳게 죽는 것이 죽을 땅에 꼭 죽어야만 하는 것이니 이러한 사람이 만겁인류 위에 몇 분이나 되는가. 이런 분은 실로 우리 인류 위에 해와 달의 존재다. 한국 근대사상 이런 분이 계시니 대한제국 영국주자 서리공사 이한응 선생이시다. 때마침 동양의 풍운은 사나워 청일노일두 전쟁이 전생이 끝나고 승리는 일본으로 돌아가 일본의 마수는 장차 대한제국을 병탐하려하여 영일동맹을 맺어 교활한 외교진을 영국에 펴고 있으며 선생은 만리이역에 외로운 몸으로 분연히 영국의 조야를 향하여 영일동맹개정을 결사 반대했으나 교환 조건에 눈이 어둔 영국은 마침내 일본을 두둔하고 한국을 저바리고 말았다. 슬프다. 세계대세는 한국이 일본의 마수에 떨어지지 않고는 다른 도리가 없게 되었다. 선생은 사절의 중대한 책임을 뼈아프게 느끼면서 광무 구년 을사 오월 십이일 결연히 독약을 마시어 영국 런던에서 자결하시니 선생의 나이 겨우 삼십 이세이었다. 구슬픈 부음이 전파를 타고 세계에 퍼지니 한국의 조야는 땅을 쳐 통곡했고 세계만인은 눈물을 흘려 의로운 이를 조상했다. 선생은 죽을 땅에 죽었고 의기는 만고에 푸름을 뻗쳤다. 선생이 가신 뒤 광무 구년 십일월 십칠일 국치의 을사조약은 이루졌고 민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