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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조선의 남아여! 베를린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남승룡 양군에게 - 심훈(沈熏 1901~1936. 소설가) - 그대들의 첩보(捷報)를 전하는 호외 뒷등에 붓을 달리는 이 손은 형용 못할 감격에 떨린다. 이역의 하늘 아래서 그대들의 심장 속에 용솟음치던 피가 2천 3백만의 한 사람인 내 혈관 속을 달리기 때문이다. "이겼다"는 소리를 들어 보지 못한 우리의 고막은 깊은 밤 전승의 방울 소리에 터질 듯 찢어질 듯. 침울한 어둠 속에 짓눌렸던 고토(故土)의 하늘도 올림픽 거화(炬火)를 켜 든 것처럼 화다닥 밝으려 하는구나! 오늘 밤 그대들은 꿈 속에서 조국의 전승을 전하고자 마라톤 험한 길을 달리다가 절명한 아테네의 병사를 만나 보리라. 그보다도 더 용감하였던 선조들의 정령(精靈)이 가호하였음에 두 용사 서로 껴안고 느껴 느껴 울었으리라.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1936년 8월 10일 새벽 손기정(孫基禎) 선수의 금메달 낭보가 실린 조선중앙일보 號外(호외) 뒷면에 쓴 沈熏(심훈)의 즉흥시이자 생애 마지막 작품을 丁酉 夏 徐炳彩 書(정유 하 서병채 서) 孫基禎(손기정) 선생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81주년을 기념하여 심훈가 종손 심천보 立(립)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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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훈 선생은, 경북 청송(靑松) 사람이다. 1943년 8월 경, 경북 안동의 안동농림학교(安東農林學校)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직된 대한독립회복연구단(大韓獨立恢復硏究團)의 단원으로 항일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태평양전쟁을 도발한 일제는 방학 중에도 학생들을 강제로 근로동원에 참가시키는 등 전쟁준비에 광분하였다. 이때 안동농림학교 학생들은 대구 동촌비행장의 확장공사에 동원되었는데, 심 훈을 비롯한 안동농림학교의 제8·9·10회생들은 일제의 부당한 식민지 통치에 항거하기 위해 공사 현장에서 항일결사 대한독립회복연구단을 조직하였다. 이러한 결사 조직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공사에 동원되었던 일반인들까지 참가하면서 항일투쟁의 강도를 높여 갔다. 대한독립회복연구단은 민족의식 고취에 머물지 않고, 독립전쟁의 일환으로 일제의 후방을 교란시키는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안동시내의 일본인 기관 및 요인의 습격 등을 투쟁 방침으로 삼았다. 심 훈 등은 1945년 3월 10일 소위 일본육군기념일에 총궐기하기로 계획을 세우고 거사를 추진해 갔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사전에 발각됨으로써 심훈을 비롯한 단원 전원이 피체되었다. 그는 이 일로 옥고를 치르다가 광복과 더불어 1945년 8월 16일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에서 출옥하였다. 정부에서는 그의 공훈을 기리어 1999년에 대통령표창을 수여하였다. - 자료출처 : 보훈처 공훈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