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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公)으로 보나 사(私)로 보거나 살아날 가망이 만무하니 화가 되건 복이 되건 죽을 사(死)자 하나로 약속을 지킬 따름입니다. 말의 피를 입에 바르고 함께 맹서하매 이기고 지는 것(成敗)과 이득과 손실(利鈍)은 예측할 바 아니요. 생(生)을 버리고 의리를 택해서 나아가는 것이니 경중(輕重)과 대소(大小)는 이미 정해진 것이므로 대중의 마음이 같은길로 나아가는데 어찌 온갖 신령의 도움인줄 없겠습니까.(중략) 이에 감히 의병을 일으켜 세상에 포고하노니 위로 공경(公卿)에서 아래로 서민에 이르기까지 어느 누가 애통하고 절박한 뜻이 없겠습니까. 참으로 위급존망의 때인지라 각자 거적자리에 잠자고, 창을 베개삼고 또한 물 속이나 불 속이라도 뛰어 들어 온 누리가 안정되게 하여 천일(天日)이 밝아지면 어찌 한나라에 대한 공로만이 되겠습니까, 실로 만세에 공훈이 전해질 것입니다. 1896년 2월 일 (「의암집(毅菴集)」 券 45, 「격고팔도열읍(檄告八道列邑)」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