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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파도가 넘실거린다. 높새 바람이 분다. 넘실거리는 파도를 들여다 보면 어른거리는 모습이 있다. 우는 바람에 고요히 귀를 기우리면 애끓는 흐느낌이 들려온다. 자기목숨을 돌보지 않고 어린 양들의 목숨을 구하려던 갸륵한 이경종님의 얼굴이다. 사랑하는 어린이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짖던 스스으이 목소리다. 1976년 1월 17일 그날 한겨울 절해의 고도 울릉도는 깊은 눈속에 잠들고 있었다. 세찬 높새바람은 기승을 부리고 성난 파도는 한 입에 섬을 삼켰다 토했다 하였다. 혹한과 거친 기상보다 더 뜨거운것은 책임감이다. 노한 파도의 위협보다 더 굳센것은 스승의 사랑이다. 공무의 무거운 임무는 그를 만덕호를 타게하였고 스승으로서의 뜨거운 사랑은 한떨기 사도의 꽃을 푸른 물결에 숨지게 하였다. 지금도 푸른파도는 넘실거린다. 그러나 넘실거리는 물결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참 스승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지금도 높새 바람은 애타게 흐느낀다. 거룩한 사랑의 사도인 이경종님의 이름을 되씹고 있다. 그는 작은 나를 버리고 영원한 나를 택했다. 그는 자기의 목숨을 더져서 숭고한 사랑을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