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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합동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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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빨갛던 고향산천을 등지고 조국을 떠나오던 날 우리는 피부(국적)은 일본인 그 속살은 조선인이었습니다.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던 우리 선조들의 살과 피 '내선일체'라는 미명아래 '창씨개명'의 가시밭길로 내 몰렸습니다. 일제 강점기 이 땅의 텅빈 조국산하 이 땅의 너른 빈들 이 땅의 빼앗긴 빈 자리 어느 곳에도 그러나 우리의 형제 우리의 아버지들의 모습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기차를 타고 거친 파도를 넘어 일본군의 군부로 죽음의 사지로 그림자되어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척박하고 참혹한 원혼의 나라 오키나와, 그곳에서 당신들이 흘인 눈물만큼이나, 한방울 한방울 떨어트린 한숨만큼이나, 그렇게 세월도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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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번 잃은 고향길 자신의 이름조차 찾지못하고 그 괴기한 히노마루 두루마기 속에 파묻혀 천상의 넋이 된 당신들은 징경이꽃 만발한 우리의 고향에 두번다시 영겁, 회귀하지 못했습니다. 어찌 천년의 고독인들 당신들의 사무친 하네 견줄 수 있으오리까? 오늘 세인들의 뇌리속에 묻혀진 한 줄기의 역사 여기 다시 캐내어, 무주구천을 떠도는 당신들의 영령들을 고이 못기고자 합니다. 정녕 우리들은 당신들의 억울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비틀려진 역사 또한 곧추세우고, 기어코 잃어버린 당신들의 이름을 되찾겠습니다. 부디 편안히 잠드소서 그리고 천상에서나마 이승에서 못다한 한 많은 질곡여생을 여기 고향산천에 한올 한올 풀어헤치옵소서 떠날 때 지고고 있었던 그 속살(조선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