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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해병대 www. rokmc.mil.kr 57 Vol. 40 3년전 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야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미국과 북한은 정치적, 군사적으로 민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 지만, 음악을 통해서 그들이 인류의 한 구성원으로서 문화예술을 통 한 감성 교류를 했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평양에서 울린 아리랑의 하모니. 그것은 음악이 세계공통어로서 그 어떠한 장벽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이달 초 5일간 계룡대 활주로에서, 2011 계룡 軍 문화축제가 열렸 다. 지상군 페스티벌과 연계한 이 행사에는 100만 명이 넘는 국민들 이 관람할 만큼 군문화를 이해하고 가까이 하는데 더없이 좋은 행사 이다. 여기에는 우리 해병대 군악대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육· 해·공군 군악대, 미8군 군악대, 중국흑룡강성여자군악대, 일본 육상 자위대 군악대도 참석하였다. 오랜 기간 준비해온 프로그램으로 저 마다 각 군의 우수성과 홍보를 위하여 공연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해병대 사령부 군악대는 1, 2사단 군악대의 병력 지원을 받아 42명 의 대원들로 참석을 하였다. 이에 반해 육·해·공군 군악대는 100 여 명의 인원으로 대규모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외국군악대도 이에 못지 않은 인원과 다양한 퍼포먼스로 관객을 즐겁게 하였다. 상대적 으로 열악한 규모에 사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작지만 강한 해 병대’라는 우리 표어처럼 우리 대원들은 준비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잠시, 일본 육상자위대 군악대장(다케다 대령)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일본 대지진 이야기를 해주셨다. 일본 대지진으로 전 국민이 어둠 과 공포로 하루하루를 지낼 때, 일본 군악대가 전국을 돌며 지쳐있는 국민들을 위하여 쉬지 않고 밤낮으로 연주를 해주었고, 이것이 국민 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나라에 우환이 있을수록 군악 대의 역할과 음악이 주는 효과는 크다는 부연설명과 함께. 군내에서 군악대 역할은 무엇일까? 이전의 군악대가 장병들의 사 기와 전장에서의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면, 지금의 병영문화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나의 숙제이자, 매일 안고 다니 는 고민거리 중의 하나이다. 음악을 통한 심리치료, 동아리활동, 연주회, 다양한 퍼포먼스 등으 로 문화예술혜택과 병영문화혁신과 정착을 가져올 수 있는 것도 군 악대가 할 수 있는 역할일 것이다. 학창시절 점심시간 대학캠퍼스를 거닐 적에, 학교 방송국에서 흘 려보내주는 음악들, 학교소식, 각종 사연들을 들으며 잠시나마 더 큰 꿈과 비전을 품었던 기억이 있다. 군대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듣는 군가 말고도, 점심시간 병영 내에 서 좋은 음악과 함께 선·후임간 차 마 말로 하지 못했던 사연들을 누 군가가 대신 해줄 수 있는 그런 방송이 나온다면 참 병영생활이 따뜻 할 것 같다. 이런 저런 것들로 병영문화혁신의 토대가 될 수 있지 않 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한다. ‘옆에 있는 선·후임을 싫어하고, 죽일 듯이 잡아먹으려 하고 하면 서 그런 마인드로 어떻게 다른 누군가에게 감동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하겠나?’ 늘상 합주하면서 낌새가 이상하다 싶을 때 대원 들에게 해주는 말이다. 가장 바쁘고 피곤한 시기, 행사로 인해 월요일 부터 일요일까지 행사복을 입고 연주를 하고, 출타가 허용되지 않는 바쁜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부대관리에서 내가 늘 당부하는 말이다. 또한, 군악대 출신들이 대부분 사회 나가서 음악생활을 하다보면 반 드시 어느 순간 다시 만나 한 무대에서 연주할 일이 생기기 때문에 그 만큼 인간 관계를 중요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군악대 창설 6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 이젠 노병이 되신 선배님께 서회상하셨다. ‘6, 70년대 해병대 군악대가 전군군악경연대회에서 우승하던 시절에는 사령부 군악대가 120명이 있었어. 그 땐 해병대 군악대 하면 최고였어...’라고. 지금 40명도 안되는 대원들로 근무며, 훈련, 작업, 행사, 연주회 등 임무수행을 하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 하 신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것 또한 장차 미래 해병대 문화사절단으 로서의 군악대 모습을 그려나가야 하는 숙제이기도 할 것이다. 나보다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또 해병들이 원하는 자리에, 그들이 처음 포항 교육훈련단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예비군 마크를 달고 전역하는 순간까지 그 곳에는 군악대가 있었다. 정작 자신을 위해서 는 연주하지 못하지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고마운 우리 대원들 과 간부들이 있기에 언제나 우리에겐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루 하루 발전하여 다시금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을 그리며, 오늘도 우리의 연주는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