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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40 라고. 2년간 30만 마일 이상을 돌아다니면서 영어권을 접하게 됐어.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독일어밖에 없었는데 영어를 독일어 익히듯 접 근하니까 1년 만에 말이 되고, 2년이 되니까 회의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거야. 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게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지. 가득한 열정으로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가 또 하나의 일을 만든 것 이다. 독일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영어까지 잘하게 된 데에는 방법 론상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머리가 좋아서였던 것은 아닐까. “절대 아니야. 한국 언어교육에 문제가 있는 건 독일 유학 때 공항 에 내리면서부터 알았어. 유학가려고 준비한 독일어들이 하나도 쓸 모가 없는 거야. 한국에서 하는 언어교육 방법이 소용없다는 의미지. 나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정말 많을 텐데 왜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지 그게 의문이야. 나는 프랑크푸르트 내리면서 바로 알았는데. 에버랜드 직원들이 딱 옛날 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더라고. 그 래서 내가 독일어 공부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방법론을 가르쳐 줬지. 그게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의 시작이었어.” <영.절.하.>가 점차 유명세를 타고 강연이 몰려들면서 그는 에버 랜드를 과감히 나와버린다. 대기업의 중간간부의 안정된 삶을 포기 하다니. 구직난, 실직난에 시달리는 지금의 시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미루어 보면 예상이 가능할 지도 모 른다. 새로운 인생의 막이 열렸는데 주저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자유 롭게 날아올라 더 큰 세상에 서기 위해 대기업이라는 굴레는 그에게 불편했을 것이다. “대학, 기업체 등등 몰려오는 강연을 바쁘게 소화하고 다녔어. 내 방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상담실도 열었고. 이 학 원은 진짜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거야. 옛날에는 기업에서 영 어가 필요한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문호가 개방되고 FTA가 체결되면서 영어가 생존이 되어버렸어. 숫자로 찍히는 영어점 수가 아니라 진짜 영어실력이 절실한 거지. 한국에서 바쁘게 살아가 는 사람들이 영어가 쓰이는 본토에서 바로 영어로 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내 목표야. 그것도 짧은 시간안에. 영어는 해석하면서 보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돼. 단어, 문법 하나하나 분석하면 절대 영어가 될 수 가 없어. 지금 넘쳐나는 영어공부법은 다 사기야. 시험영어 따로, 실 제 영어 따로 해서는 안돼. 실력이 늘면 점수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 거든. 실력이 늘지 않는 시험영어는 이제 그만 둬야 하지 않겠어?” 영어가 익숙해지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도 완전 해병대식이다. 추진력있고 과감하다. 그리고 목표와 그 과정이 너무 담백해서 믿음 이 간다. 영어서적 시장에 있는 테이프 영어는 영어가 아니라는 판단 하에 그는 실제 영어를 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감하 게 미국에 팀을 하나 구성하고 미국인들의 일상을 따라다니면서 촬 영했다. 카페에서 식사하는 모습, 해변에서 가족들이 휴가를 즐기는 모습, 데이트하는 모습 등 정말 일상생활 속의 영어를 가져와 한국인 들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이다. 살아있는 영어가 가져다준 효과는 놀 랍다고 한다. “어쨋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10년 이상 영어를 경험했기 때문에 효 과가 금방 나타나. 길어야 2년이면 끝난다니까. 10년 동안 영어를 했 는데 외국인과 대화도 못한다면 그 방법은 버려야지. 발상을 전환했 으면 좋겠어. 간단하잖아? 기존 방법으로는 10년을 해도 대화가 안 되면 바꾸는게 당연한 거 아냐? 진짜 영어를 합시다. 각종 참고서에 있는 죽은 영어가 아니라 살아 숨쉬는 진짜 영어를 말이야.” 이 사람. 눈빛에서 아직도 전혀 식지 않은 열정이 느껴졌다. 해병 대 후배들에게 해줄 한마디를 부탁했다. “해병대라는 군대가 지나고 나면 도움이 많이 되는 인생의 행운입 니다. 병영생활에서 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풀고 해병대가 가진 장점을 체화하게 되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남들보다 장점을 하나 더 가지고 출발하는 겁니다. 후배 여러분, 열심히, 그리고 희망과 자부심 을 가지고 해병대 생활하세요.” 전혀 상관없는 사건들로 구성된 그의 삶. 그러나 그 삶을 관통하는 정찬용만의 열정은 그에게 다가오는 행운들을 놓치지 않고 기회로 만들었고 해병대에서 배운 정신력은 그의 노력의 결과를 극대화해줬 다. 아직도 날이 살아있는 그의 열정과 정신력. 어쩌면 대한민국 영어 교육이 그로 인해 일대 변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의 웅지에 비하 면 지금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너무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라면 결국에는 이 땅의 국민 모두가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해병대 www. rokmc.mil.kr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