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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잖아. 선진국의 군대를 보면 물리적인 폭력이 없이도 충분히 전투력을 강하게 만들고 있어. 훈련만으로도 충분한데 우리나라 군대는 아직 그 런 면이 약해. 군대는 위계질서가 있어서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자 연히 맑을 수밖에 없어. 장 중위도 간부라서 알겠지만 대원들은 간부 만 쳐다보고 있어. 대대장은 아버지, 중대장은 형, 소대장은 작은 형, 대원들은 아기들이야. 대원들이 간부를 보고 다 배우고 따라 한다고.” 병영문제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자 봇물과 같이 의견이 쏟아진다. 간부 출신답게 병영문화혁신에 대한 해답을 간부의 변화에서 찾아내 고 있다. 강하게 끌리는 주장들. 간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견 이어서 더욱 설득력이 있다. 또 여전히 열정이 묻어나는 목소리는 듣 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소대장 생활 내내 가득했던 그의 열정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을 기 회로 만들어 주었다. “사단 상황장교로 뽑혀 근무하고 있었는데 사단장님 부관이 전역하 면서 공석이 발생했어. 근데 뭔가 부지런을 떨면서 열심히 하는 것처 럼 보이던 상황장교 중위가 생각이 나셨나 봐. 작전참모를 불러서 말 씀하셨다고 하더라고. ‘그 상황장교를 부관으로 올리라’고 말이야. 그 래서 소대장에서 상황장교를 거쳐 일약 사단장님 부관을 하게 됐지. 아 근데 나는 조용히 상황장교로 전역을 하고 싶었는데 제대 8개월을 앞두고 장군님 부관을 하게 된 거야. 부관생활이 솔직히 힘들잖아. ‘아.. 마지막에 군 생활이 이렇게 힘들어지는구나’했는데 웬걸. 참 군인 을 모시면서 난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게 됐지. 박희재 장군 님을 모셨는데 정말 참 군인이셨어. 적에게 이기는 것과 부하를 위하 는 것만 생각하시는 거지. 강강하신 성격에 툭하면 새벽순찰. 부관에 게는 정말 힘든 근무환경이야. 하하. 하지만 전역을 앞두고 사회를 살 아가는데 있어 최고의 롤모델을 만난거지. 청렴결백하고 심지 곧은 참 군인의 자세. 그거 사회를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최고의 덕목이야.” 열정 넘치던 그의 군 생활자세는 공석이 발생한 행운을 놓치지 않 고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기회로 만들어 주었다. “난 정말 해병대 장교생활 뿌듯하게 생각해. 해병대를 경험하고 나 면 이런저런 사고의 회로가 잘 작동하 거든. 해병대가 주는 긍정의 힘 이지. 지금 생각하면 이런저런 일 많이 하려고 해병대를 간 거 같아.” 해병대 생활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말로 군 생활 이야기를 겨우 마 무리 지었다. 그럼 해병대의 긍정적 에너지를 잔뜩 안고 내디딘 사회 생활은 어땠을까. “장교로 제대하면 그때는 인기가 정말 좋았어. 원서를 서로 넣어주 려고 했으니까. 대우에 입사를 했는데 공부에 대한 꿈을 접지 못 하고 그만두고 독일로 유학을 떠났어. 200만원 들고. 돈 벌려고 해병대장교 를 가고 취직까지 했는데 결국 가져간 돈은 200만원이었어. 하하. 대 신 해병대 정신력을 얻어서 갔지. 그래서 성공한 것 같아. 숱한 난관에 도 굴하지 않고 결국 해냈으니까. 공장알바, 중국집 알바 안 해본 게 없어. 그때는 한국 학위를 인정을 안 해서 학사부터 다시 했어. 밑바닥 에서 무작정 일하면서 조경공부했지 박사까지 따는 데 8년이 걸렸어.” 열정과 해병대 정신으로 취득한 박사학위는 그에게 또 다른 인생 의 막을 열어준다. 에버랜드에도 그의 열정이 녹아있다고 하는데.. “삼성에서 해외출신 특채를 해서 뽑혔는데, 지금은 에버랜드고 그 때는 자연농원 장미원 조성 기획을 맡게 됐어. 부장이 나를 데리고 가서 장미원이라고 보여주는데 내가 볼 때는 그냥 장미밭이야. ‘부장 님 이거 장미밭인데요?’ 하니까 ‘그래? 그럼 너가 바꿔봐’하는 거야. 유 럽의 유명한 정원을 샘플링해서 에버랜드 장미원을 기획했는데 명소 가 됐어. 그렇게 내 작품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지. 99년에는 조경업계 최고 공모전에서 1등도 했고,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도 출판하고. 본인의 열정과 해병대 정신이 녹아든 사회생활. 초임과장이 삼성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유럽 정원 견학을 계획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해병대에서 길러온 추진력과 정신력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된다 고 했다. 정원을 한국 최초로 기획하는데 이를 결재하는 고위 간부들 이 정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리가 없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서 는 간부들이 먼저 정원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초임과장이 삼성 간부 11명과 함께하는 7개국 정원 견학을 계획했고 실행에 옮겼다. 결과는 대성공. 해병대스러운 간결하고 담백한 추진 력이 큰 성과를 가져온 것이다. 조금씩 인생이 자리잡아 갈 즈음 작성 한 <영.절.하.>원고. 이 책은 그의 인생에 또 하나의 막을 열어준다. 해 병대장교를 거쳐 독일 유학, 에버랜드 과장까지. 영어와는 전혀 상관 없는 길을 걸어온 그는 왜 갑자기 영어교육관련 서적을 출판했을까. “삼성에서 전 세계에 있는 삼성지사 조경 컨셉을 잡아달라고 하더 갓 입사한 과장은 임원 11명을 데리고 다니며 선진조경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