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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왔습니다. 이제서야 참았던 그리움을 잊고자 당신의 무덤 앞에 서 있습니다. 울고도, 소리도 지르고 당신을 위한 '그날이 오면'도 부르고 싶습니다. 당신이 노동법을 공부할 때 그렇게 부러워햇던 대학생이 되어서 당신 같은 노동자에게, 세상에서 천대받는 노동자 앞에 고개 숙여 무릎꿇어 당신에게 소주 한 잔 따르렵니다. 가식으로 일관된 지식인으로서 당신의 노동,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햇던 저를 꾸짖어 주십시오. 나의 생활이 너무도 평화롭기에 행여 당신의 존재를 망각할 때가 있을까 두렵습니다. 형, 형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여기 모란 공원에 묻힌지도 20년. 제 나이도 스무실. 그토록 많은 시간이 흘렀건만 형이 외친 노동악법 개정은 고사하고 아직도 나이 어린 우리 형제들이 저음금 장시간 지옥 같은 노동 환경 속에서 산업재해에 시달리며 시름시름 병들어 죽어가고 있답니다.형,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형이 외친 간곡한 절규는 어디로 갔나요. 누가 형을 한스럽게 죽게 했는데, 그 사람들은 지금도 옥좌에서 기름진 음식을 처먹고 컸는데 왜 아직도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은 오지않는 걸까요. 아! 태일이 형, 11월 13일이 해마다 오겠지요. 해마다 형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겠지만 민중이 깨어나 투쟁하지 않는 한 형의 목숨하고 바꾼 그 목소리를는 흐르는 강물에 뼛가루를 날리듯 공허한 메아리로 남을 것입니다. 90년 모란공원에서 전태일 열사를 그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