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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兄) 1949년 3월 13일 저녁 나절 아우 나이 열한 살 때 아버지께서 야야(부르는 말)! 형아(형을 가리키는 말)가 대보주재소(파출소)에 있는가 한번 가봐라 "저녁이면 나올게다" 하였지요. 맨발로 자갈길을 걸어 한참 가는 거리, 주재소 앞을 지나면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 옆 눈으로 보니, 주재소 출입문이 열려 있고 벽 쪽 한가운데 길다란 밤색 나무 의자에 앉아 말없이 처다보던 형! 아우도 눈만 마주치고 말없이 허덕거리고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이야기하고 철없이 뛰어 놀았지요. 형과 아우가 마지막으로 보기만 했으니... 죽어 싸늘한 시신이 된 자식을 얼굴 한 번 못 보고 집에서 울기만 하시든 어머니! 남편이 죽어도 남편의 창백한 얼굴 한번 못 본 한 맺힌 아내! 피 묻은 옷도 갈아 입히지 못하고 땅속에 묻기 전에 아버지께서 눈 뜨고 말없이 하늘만 보고 있는 자식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내리치고 쓰다듬고 오열하시면서 편히 눈 감고 가라시든 아버지! 그 모습 생각하니 지금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못난 아우 배운 것도 능력도 없지만 최선을 다하여 진실규명을, 61년 세월 이제서야 받아냈습니다. 금수강산 민족의 정기가 서린 호미곶면 강사리 산9-2번지에 편히 영면하십시오. 2010년 10월 26일 아우 송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