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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력부대가 포항에 입성한 날이 8월 11일이니 한 달 1주일째 접어들 무렵 사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형산강을 도하하여 포항을 탈환하라."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때 연제근 이등상사가 나섰다. "특공대를 조직하여 기필코 기관총 진지를 궤멸시키겠습니다." 이리하여 나선 대원이 그를 포함한 13명. 어둠 속에서 기습을 해야만 했기에 새벽에 각자 멜빵 가득히 수류탄과 탄띠를 찬 채 형산강에서 가장 강폭이 좁고 수위가 낮은 형산교 서쪽 장흥동 부근에서 조용히 강물 속으로 스며들었다. 강을 거의 건넜을 무렵 어김없이 2정의 적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수도 없이 아군을 죽인 그 기관총이었다. 특공대원들이 순식간에 쓰러져갔다. 강물은 다시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강물 바닥에 엎드려 포복을 해갔지만 강 북쪽에 도달했을 때 남은 대원은 연 대장을 포함해 3명뿐. 그도 왼쪽 어깨 관통상을 당한 상태였다. 2명이 앞에서 응사를 하는 동안 진지 뒤로 돌아간 그는 남아 있던 3발의 수류탄을 적 진지에 까넣었다. "꽝"하는 굉음과 함께 국군의 형산강 도하를 그토록 괴롭히던 기관총 2정이 날아갔다. 하지만 연 대장과 함께 남은 2명의 대원도 적의 포탄에 쓰러졌다. 이들이 목숨을 내던진 사투를 목격한 3사단 장병들은 내남없이 돌격에 나섰다. 기관총 세례가 없으졌으니 육탄전쯤은 문제도 아니었다. 연 대장을 비롯한 특공대원들이 산화한 10분 뒤 마침내 북한군은 패주했다. 정부는 연제근 이등중사의 무공을 기려 을지무공훈장을 수여하고 2계급 특진시켜 연제근 상사에 추서했다. 아쉬운 점은 전사에 길이 남을 무공을 세운 나머지 특공대원들은 이름조차 알 수 없으니 이런 부끄러운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출처 : 매일신문 최정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