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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점에서 내일이나 10년 후나 똑같은 미래이기 때문에 내일의 목표 를 이루어 성공하고 그것을 계속 반복해나가다 보면 분명 언젠가는 그렇게 되어 있을 거라고 봐요. 현실적인 기간과 목표를 잡고 그걸 계 속 버릇처럼 해가는 거죠. 잘 될 거라고 봐요.”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는 다 되어 왔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할 때 언젠가는 강사로 와서 후배를 가르칠 것이라는 목표도 이루어졌 다. 언젠가는 모교와 해병대에서도 자신을 인터뷰할 것이라는 상상 도 이제 이루어졌다. 이쯤 되니 듣고 있던 이마저 이 사람 정말 이루 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목표든지 이루겠다는 믿음. 그리고 어떠한 일이든 시작하고 본다는 얘기를 할 때는 10년 전 해병 의 눈빛 그대로였다. “일단 하겠다고 얘기를 해요. 군대에서의 금기어 “힘들 것 같습니 다. 안될 것 같습니다.” 라는 말의 영향도 컸어요. 일단 안 되겠다고 하기 전에 먼저 생각을 해보고 일단 하자. 그러다 안 되면 정말 안 되 는 거지 지레 겁먹고 힘들 것 같다고 하는 건 비겁한 얘기같이 느껴지 는 거죠. ‘빈익빈 부익부’라고 일 하는 놈은 계속 깨닫는 게 있어요. 하 는 놈들은 계속 하면서 깨닫고 알아가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걸 아는 놈들에겐 또 일이 들어와요. 그래서 격차는 벌어지죠. 일단은 해보겠 다고 하고 하는 시늉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굉장히 크더라고요.“ 일단 하겠다고 던지는 스타일인 만큼 밤새는 날이 허다하다. 하지 만 그 고생을 그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고생하실 것 같다는 질문이 무색해질 정도로. “고생을 하는 게 중요한거예요.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생을 하 면서 커나가야지, 작은 고생이 무서워서 피하면 나중에 진짜 고생을 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고생의 크기는 정해져 있다고 생각해요. 고생 을 요리조리 피해나갔다고 좋아하다가는 나중에 정말 큰 대가를 치 루는 거죠. 그래서 그 ‘고생’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거죠.” 비좁은 작업실. 쌓여있는 일감. 그만큼 쌓여있는 재떨이의 담배꽁 초. 도저히 즐길 수 있는 환경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그림을 그리다보 니 낮과 밤이 바뀌었다는 그는 도대체 어떻게 그 작업을 즐기고 있는 것일까. “그림도 마찬가지예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찌질한 직업이거든요, 앉아서 매일 화면만 바라보고 있고 지루하고 재미없어요. 뭘 그려야 지 상상할 때나 즐겁지 그릴려면 생쇼를 해야되는데 그 노동을 어떻 게 놀이로 전환시키느냐. 그것이 정말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저 나름 대로 그 노하우를 한두 개씩 축적하는거죠. 예전에는 이런 부분 묘사 하는게 이상하게 안 되는데 고민을 하는거예요. 어떻게 맛깔나게 표 현할지. 그런거에 집중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거든요. 아니면 선 물한다는 생각으로 그린다거나. 받는 사람이 좋아해야 한다. 좋아하 는 사람한테 그림을 선물한다고 생각하면 그 과정이 즐거워지거든 요. 막연하게 즐겨야 된다라거나 그런 말은 안 좋아해요. 즐길 수 있 는 방법을 찾게 해줘야죠.” 이쯤 되니 확실히 감이 오기 시작한다. 이 사람은 결국 전 세계에 서 존경받는 작가가 되어 있겠구나. 그리고 그때도 어딘가에서 지치 지도 않고 해병대 이야기를 하겠구나 싶었다. 담배 한 갑을 다 태우고 커피를 네 잔쯤 마시고 나서야 인터뷰가 끝이 났다. ‘석정현 씨’라는 호칭은 ‘석작가님’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는 다시 펜마우스 하나를 잡 고 밤을 새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 듯 했다. 얼마 안 있으면 그의 새 작품들이 공개될 것이다. 영화 ‘괴물’의 또 다른 이야기를 만화책으로 보여줄 것이고, 해부학을 알기 쉽게 다룬 책도 공개될 것이다. 몇 년을 기다린 귀신의 이야기도 이어질 것이다. 언론사의 인터뷰에 굉장히 쿨하게 등장할 그의 기사를 보면서 오늘 본 그의 작업실을 떠올릴 것이다. 수북히 쌓여있는 담배꽁초와 펜마 우스를 움켜진 그의 독한 뒷모습을. 대한민국 해병대 www. rokmc.mil.kr 37 Vol. 39